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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건강채식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환영

 

  모처럼 신선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난 18일 신상원ㆍ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 등 8명의 의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독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갑상선암은 30년동안 발생률이 30배 늘었지만 사망률은 다른 나라처럼 극히 낮은데요,


의료기관이 검진센터의 수익을 노리고 불필요한 검진까지 권유한 과다검진의 결과로 판단한 양심적인 의사들이 떨치고 일어나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들은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치료가 불필요한 갑상선암 환자를
의료계가 만들어내고 있다며,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한국에서 유독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야 할 까닭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과도한 건강검진이 부른 과다진단이 문제이며 증상이 없으면 초음파 검사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사선에 과량 노출된 경우나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인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능 누출 사고나 심각한 자연재해 등과 같은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과다 진단 말고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신상원 고려대 의대 교수는 “미국에서도 갑상선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다검진이 주된 이유라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민간은 물론 국공립병원까지 건강검진센터를 만들어 각종 진료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병원은 의사에게 수술을 많이 하라고 부추기고, 의사도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수술을 많이 한다는 것'은
얼마전 한국방송에서 방영된 척추관련 의료다큐멘터리에서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과다검진 저지연대를 만든 의사들은 18일 낸 성명서에서 이제는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더군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중단시키는 대책을 조속히 내놓으라는 거죠.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유방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에 올라섰고,
남녀를 합친 전체 암 통계에서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에 이어 5위를 차지했습니다.

 

얼마전 지인의 가족과 회사 동료들도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갑상선암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되어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중앙암등록본부가 2013년 12월 말 발표한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발병 증가율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0여년 동안 23.7%가 뛴 것으로 나타났더군요.

 

2010년 국제암연구소 자료에서는 한국 여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발생률이 59.5명으로
세계 평균인 4.7명에 비교하면 10배를 넘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조기발견후 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인다고 검진과 수술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의사연대에서는 갑상선암 등 몇몇 암의 경우 조기 발견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없다고 봅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갑상선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명 이하여서 사실 암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갑상선암 환자 10만명당 사망률이 0.7명으로 매우 낮고, 미국이나 영국은 각각 0.5명, 0.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조기에 갑상선암을 발견해 치료한다고 해서 생존율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인 암 검진 지침은 물론 우리나라 지침에도 갑상선암 조기검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죠.

왜냐하면 갑상선암은 ‘거북이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행이 더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증상이 나타난 후에 수술해도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암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갑상선 위치와 수술부위

 

 

  오히려 과다검진후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수술환자중 7.3%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성대 마비 등 수술로 인한 부작용, 6%는 호르몬제 부작용을 겪는다는 점에서,
1년에 4만명이 수술받고 약을 먹는다면 그 가운데 2400명은 부작용으로 고통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갑상선은 신진대사, 체온 조절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적절하게 호르몬을 분비해야 하는데
암제거 수술로 갑상선이 없으니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는 “다른 나라였다면 갑상선암 진단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로 평생을 살면서 공포감과 경제적 손실을 겪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1980년대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갑상선에 1cm 이하의 혹이 있더라도 암인지 검사할 필요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과다검진과 그에 따른 수술로 무수한 수익을 챙긴 관련자분들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라는 자신들의 행동이 오직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 결단이었는지를 말이죠.

 

이번 의사연대의 양심선언을 보면서 그분들로부터 신선한 감동을 받는 것은,
상술로 오염된 의료계에서 인술을 펼치려는 양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