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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데미안

 

  우주가 생성된 이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릅니다.


지구의 막내인 인간이 시간위에 선을 그어 구분한 이후,
시간의 노예가 되어 그 안에서 복닥거리고 있을 뿐이죠.

 

요즘 하늘을 마주하며 사색하다 보면, 늘 같은 책이 떠오릅니다.

 

오래전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인데요,
바로 이 구절이 인상깊게 남아 있더군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개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중학생 시절에 이 소설을 처음 접했는데요,
마치 정신이 해머에 맞은 듯한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감명깊은 소설을 발표하는 국어시간에 데미안 감상문을 들고 나갔었는데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소설이 다시 마음을 잡고 있네요.

 

 

 

  성장이야기를 다룬 청소년소설이지만 철학적 깊이가 대단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는 그저 그런 어른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겠죠.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가 1919년에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난 작가로,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소년 싱클레어가 막스 데미안의 도움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가는 이야기인데요,
단순한 소년의 성장이야기가 아닌 다소 난해한 구조와 철학적 깊이를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싱클레어가 어려울 때마다 우연인듯 아닌듯 나타나 도움을 주는 데미안의 등장도 남다르지만,
새를 그려보낸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답변으로 보낸 위의 구절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개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되며 새는 아프락사스를 향하여 날아간다'는 것!

 

 

 

 

  아프락사스라는 신의 이름을 보면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가 떠오르는데요,
아프락사스는 신인 동시에 악마이며 남자인 동시에 여자입니다.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며 최고의 선인 동시에 최고의 악으로 선과 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마치 해와 그림자가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인간삶의 이중성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주인공의 지도자인 막스 데미안은 도덕성과 비도덕성, 깨끗함과 추함, 정의와 부정등 인간 생활에 본질적인 이중성을 자신속에 침잠하여 성숙하고 긍정적인 단일성으로 승화시킨 인물입니다.

 

 

 

  때문에 소설 [데미안]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참된 자아를 찾는 자기탐구의 삶을 평생 살아간 헤르만 헤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적인 정신과 아름다운 문체까지 함께 읽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가지요.

 

보초 근무중 부상을 당한 싱클레어는 병원에서 우연히 데미안을 만나게 됩니다.
데미안은 자신의 어머니 에바부인이 부탁했던 입맞춤을 싱클레어에게 해주고 떠나 가는데요,
이에 대한 주인공의 마지막 술회구절입니다.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발견했고, 때때로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형상이 졸고 있는 그곳, 내 자신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기만 하면,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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