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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길고양이의 가을


  반려동물 동네에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개는 주인을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의 도도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강아지 성격이 각각 다른 것처럼 고양이도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매일 밥을 주는 길고양이 두 친구를 보면 그 점을 깨닫곤 합니다.

양돌이(남아)는 개냥이와 가깝지만 양순이(여아)는 아주 까칠하거든요.


양돌이는 밥을 주면서 스킨십을 해도 조금의 거부감없이 그저 밥만 먹는데요,

양순이는 밥은 먹으러 오지만 가까이 가면 바로 도망갑니다.


식사를 챙긴게 3년이 되는데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과하게 독립적인 거죠.


3년을 하루같이 밥을 먹으러 오면서도 두 길고양이 친구는 다른 행동을 합니다.

양돌이는 얼마 전부터 아예 집 마당에 터를 잡고 동네 마실을 나가지 않습니다.





  하긴 양돌이가 나갔다 오면 귀에 상처를 입거나 다리를 다쳤는지 절고 다닌 적이 많았는데요,

밖에서 심신의 고생이 심했는지 안전한 집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집에 머무른 이후 가끔 창문 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문 앞에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반면 양순이는 동네 다른 길고양이들과 어울릴 때는 밥시간 외에는 보기 어렵습니다.

평소 못 보던 두 마리의 길고양이들과 지붕 위를 오가며 뛰노는 때가 있는데요,

그런 시기에는 양돌이하고 놀지도 않고 가까이 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랬던 양순이가 얼마전부터 양돌이와 아주 다정한 관계가 되었더군요.

이렇게 함께 머물면서 장난도 하고 밥시간이 되면 밥달라고 와서 노래를 부릅니다.





  길 위의 삶에 지친 것인지, 아니면 몰랐던 양돌이의 매력에 빠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집 안에서는 그 누구도 해코지를 하지 않으니 안전한 삶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죠.


현재 1위 반려동물은 개 이지만 고양이가 반려동물 정상의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반려인 가구는 21.8%(457만 가구)로 2012년 대비 3.9% 증가했는데요, 

개가 512만 마리, 고양이가 189만 마리로 추산됩니다.


아직은 개와 많이 생활하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고양이가 빠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2015년 기준으로 개는 2012년 대비 16.6%, 고양이는 6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고양이의 인기는 1인 가구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개는 가족친화 동물로 가족 부재시 스트레스를 받지만 고양이는 비교적 독립적이거든요.

분명한 것은 고양이가 개 보다는 독립적이지만 모든 고양이가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자유로운 길고양이도 캣맘이나 캣대디와 친해지면 가족처럼 강한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하물며 매일 함께 생활하며 챙겨주는 가족에게 100% 독립적인 고양이는 아마 없을 겁니다.


양돌이와 양순이, 두 길고양이 친구를 보면 이들도 성격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늘 사랑으로 대하면 신뢰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자신을 맡긴다는 사실 말이죠.






  고양이와 가까이 접해 보니 강아지처럼 참 매력이 넘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원래 독립적인 동물이라고 오해하여 집고양이를 유기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도 두 친구는 밥 빨리 달라며 재촉합니다. 전생의 채권자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하늘처럼 잘 먹고 보기 좋아 보이니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