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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역사사색

김종필 훈장추서, 개탄한다


  지난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총리에게 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훈장은 국가나 사회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그 공적을 표창하기 위하여 수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러한 사람들에게 표창해 온 것인지 큰 의구심을 갖는 상황에서,

관례는 준수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진행했으나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 상 당연하나 역사의 평가는 엄중해야 합니다.


추서를 보며 지난 2016년 뉴스타파에서 방송했던 <훈장과 권력> 4부작이 떠오릅니다.

국가가 산으로 갔던 박근혜 정권 시절, 이 방송을 보면서 느낀 우국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뉴스타파가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서훈 72만건을 분석해서 밝혀낸 친일파 서훈내역인데요,

박정희와 백선엽·박흥식·김활란·노덕술·김창룡 등 친일파 222명이 440건의 정부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던 친일경찰 노덕술은 사형을 받아야 하는데 훈장을 받은 것입니다.

이들 친일파에 대한 훈장수여는 전체의 83.6%로 이승만과 박정희 집권기에 집중됐습니다.

독립운동가라는 이승만과 천황에게 충성 혈서를 쓴 박정희는 처벌보다 훈장을 주었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 권력이 가진 추악한 민낯을 다시 절감하게 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처벌은커녕 훈장을 주고받으며 희희낙락했을 자들을 생각하면 울분을 금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이 땅의 수구는 이승만을 국부라 칭하며 박정희를 신으로 높여 부르는 상황입니다.

이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고 적폐가 득세한 것은 이들의 잘못이 절대적일 것입니다.





  반면 군부독재권력에 대항해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인사들은 거의 훈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가에 반역한 친일파들과 군사반란을 일으킨 자들과 부역자가 훈장을 독식해 온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에 참된 공로가 있는 사람보다 부정의한 친일 독재부역자들에게 주로 수여됐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훈장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적폐청산의 한 부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한 점에서 고인 김종필에 대한 훈장 추서를 반대하며 개탄하게 되는 것입니다.


3김의 하나로 대한민국 정치계에 자리잡은 김종필은 철저히 권력지향적 인물이었습니다.

5.16쿠데타의 주역으로 각종 악역은 물론 김-오히라 메모로 대일청구권을 종결지었고,

지역주의를 볼모로 내각제를 주장하며 평생 권력주변을 맴돌던 정치인에 불과했습니다.





  김종필은 독재권력옹위를 위해 자행한 악역을 전혀 처벌받지 않고 평생 호의호식했습니다.

처벌받아 마땅한 큰 죄과를 짓고도 대대손손 잘사는 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화합과 포용을 말하며 훈장 추서에 찬성하는 것은 정의 세우기에 역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일로 축적한 재산을 제대로 몰수하지도 못한 나라, 독재부역자를 처벌하지도 못한 나라!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민주정부에서조차 민족의 정기를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유감입니다.


지역과 보수층에 대한 정치적 고려라는 점이 엿보이지만 얄팍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힘들게 찾아온 개혁과 적폐청산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5.16 군사쿠데타의 설계자로 박정희의 평생 독재를 가능케 한 한가지로도 중죄인 상황에서,

국민최고훈장을 받을 정도로 공을 논할 만한 일이 없다는 점에서 추서는 잘못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