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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길고양이 구출이야기

 

  모 관공서 경비실에서 키우는 개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터줏대감 백구지요.


원래 진돗개는 사회적인 면이 없어요, 오직 주인만을 알기에 충성심이 대단한 견종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관공서의 백구는 경비실 소속일 뿐 주인이 없는지, 모든 이에게 사교적입니다.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먹을 거리를 많이 줘서 몸매가 약간 비만이지요.
그럼에도 누가 줄지 모르기에 사람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곤 합니다.

 

제 지인들도 백구를 만나면 먹이려고 간식을 갖고 다닐 정도로 사랑받는 진돗개죠.

 

 

 

 

 

 

  그러던 어느날,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매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터줏대감 백구가 동네 길고양이들을 보는 족족 잡아서 죽인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그 지역을 갈 때마다 백구만 돌아다닐 뿐, 길고양이를 거의 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나더니,
작년 여름에 입양했던 연아네 형제인 노랭이가 안보인지도 여러달이 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거예요.

 

평소 길고양이 식당근처에도 백구가 돌아다녔으니, 이미 백구에게 당한 게 아닌가 싶어 울컥해 지더군요.
급히 조사해 보니 길고양이 식당에 백구가 와서 먹는 것을 동네 분들이 여러번 보셨다는 겁니다.

 

 

 

 

 

 

  듣자니 백구도 유기견출신이라네요, 그 아이도 살고 길고양이도 반드시 살려야 할 방책이 필요하게 된 거죠.
지금까진 길고양이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진 사정을 몰랐지만,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거든요.

 

복잡한 마음을 새롭게 정리한 후, 그날 저녁 관공서 경비실로 찾아갔습니다.

세 사람이 근무하길래 먼저 책임자를 문의한 후에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지요.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시는 점은 잘 알고 있고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풀러서 키우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냐?


백구가 저희 집 근처까지 왔을 때 우리 고양이가 하필 밖에 나왔었는데 백구가 공격해서 큰일날 뻔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반려인들이 고양이나 강아지를 가족처럼 키우는 걸 이해하실거라 본다.
(가족없는 동네 길고양이 대신 우리집 연아 핑계를 댔지요. 보호받지 못하는 길고양이를 살려야 하니까요)

 

앞으로 발생할 위험이나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백구를 반드시 묶어서 키우셔야 한다,
만약 백구가 관공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한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 때는 법적으로 할 수 밖에 없으니 꼭 목줄을 해서 관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제 말을 모두 들으신 책임자 분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길래 깊이 고개숙이고 나왔습니다.
선한 거짓말을 해서라도 길고양이를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죠.

 

 

 

 

 

  다음날 오전, 일부러 그 관공서 앞으로 지나가면서 백구의 모습을 찾아 보았습니다.
책임자 분이 약속을 지키셨더군요. 여러날 지켜 보았는데 백구가 이처럼 묶여서 지내고 있네요.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이후에 풀어 놓는다면 넓은 공간에서 운동은 충분히 하겠지요.

그동안 백구의 위세에 눌려 기죽고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길고양이들이 다시 자리잡길 기원합니다.

 

  한가지 무척 기쁜 소식은 경비실에 항의한 그 다음날 아침, 노랭이가 밥을 먹으러 왔다는 거죠.
백구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으로 독립했다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려고 온 거예요, 몇 달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