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일상에서

불가근불가원, 정신의 전용공간을 갖는 길~

신비사랑 2016. 9. 14. 12:52


  모든 인간관계는 행복과 불행의 양면을 가집니다.


얼마전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한 지인에게 거절통보를 했습니다.


한두 번의 조언이 시나브로 멘토관계로 변하게 된 건데요,

자신의 모든 일을 의논해 주기 바라는 지인을 보면서 점점 답답해졌습니다.


멘토가 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으니 제 불찰인 셈입니다.


모친상으로 인한 저의 깊은 상심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문제를 들이대는 지인을 보면서 단절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불가근불가원이라는 고사성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이 말은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두라는 뜻'으로 공자의 모토였다고 합니다.


공자는 초자연적이거나 초인, 신등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가까이 하지는 않았고,

일상에서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철학을 집대성한 분입니다.





  평소 담백하고 독립적인 인간관계를 선호하므로 ‘불가근불가원’은 제 모토이기도 합니다.

심성이 좋은 분들과는 가까이 하지만 지나친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은 멀리해 왔습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좋으면 가까이 하고 나쁘면 멀리하는 인간관계는 아니라는 거죠.


오랜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관계의 큰 기준중의 하나는 단연코 이익이었을 겁니다.

이익이 흥하면 모이고 이익이 스러지면 흩어지는 것이 인간 삶의 모습임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세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담금질한 올곧은 가치관이 필요하겠지요.


또한 태어난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다만 성인이 된 후에는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독립된 삶을 사는 것이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사노라면 많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기 삶에 책임질 수 있는 자가 진정으로 참된 삶의 완성에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삶을 관리하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간'과 맺는 관계에는 고상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는 점에서,

‘불가근불가원’은 저의 경우에는 평생을 견지해야 할 모토가 됩니다.


좋은 타인과 아름답게 조화하되 자신만의 정신적 전용공간을 갖는 길이기 때문이죠.



  불가원불가근은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인 부모자식간이나 배우자간에도 필요합니다.

하물며 친족외 모든 인간관계에서의 필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의 근원이지만 상황에 따라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대상에는 가까이 하되 너무 지나치지 않게 하고,

나쁜 대상과는 멀리하지만 그 또한 지나치지 않는 중용의 이치를 떠올리면 좋겠지요.





  단언하건대 자신의 영혼을 담은 자아 외에는 모두가 타인입니다. 


그 모두가 자신만의 섬을 가진 또 다른 생명일 뿐이라는 점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서지 못하고 타인에 집착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타인의 섬에 잠시 방문할 수는 있으나 늘 공유하려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