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사회이슈

환경미화원 고시

신비사랑 2013. 11. 13. 21:52

 
  퇴근 버스에서 청년구직난에 대한 뉴스를 들었습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구직자들은 스펙을 높이느라 바쁜데,
반면 다수의 인사담당자들은 높은 스펙을 가진 구직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아울러 높은 스펙이 흔하다보니 오히려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말까지 나온다는군요.

 

스펙이 좋으면 좋은 일자리가 생길 경우 이직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데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참 답답한 상황인 거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환경미화원 채용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환경미화원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고학력 응시자가 증가하고 있어 가히 고시수준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말에 새삼 놀라게 되네요.

 

  대구 수성구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환경미화원을 공개채용해 오고 있는데,
대구지역 유명 국립대 출신 등 해마다 고급 인력의 신청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도 전체 응시자 149명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이 약 90명에 달했고,
연령별로는 20대 18명, 30대 74명, 40대 49명 등 젊은 층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차 체력시험과 서류심사,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최종 선발될 수 있는데 젊은 층도 쉽지는 않다고 하네요.

 

대구 북구에서도 최근 환경미화원 6명 모집에 129명이 지원하였는데 그중 67명이 전문대졸 이상으로 파악됐으며,
지난 2007년 공개채용 실시 이후 가장 높은 21.5대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재수, 삼수생까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각 구청이 매년 실시하는 환경미화원 채용 시험 응시자의 최소 20~30%는 재도전 응시자로 추정되고 있다는 거죠.

 

 

 

 

  환경미화원은 호봉제의 무기계약직으로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점과,
초임 연봉 2천500만원에 10년이 지나면 연봉 4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응시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9급 공무원 연봉보다 오히려 높고 과거 열악했던 근무환경도 개선된 점에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직업에 귀천은 없고, 고학력자도 사정에 따라 고된 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지요.


다만 고학력자가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고학력이 불필요한 환경미화원에까지 도전해야 한다는 것은,
학력인플레의 극심한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개인적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취업난이 지속되다 보니 고학력이 전혀 불필요한 환경미화원까지 고급인력이 몰린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사회문제로 다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환경미화원 채용관련 구청 담당자의 전언에 따르면,
채용 공고일 현재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기 위해 주소를 옮겨가며 응시하는 구직자도 일부 있다고 하네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위한 현대판 취업철새라는 점에서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총체적인 취업난을 절감하게 되거든요.

 

 

 

 

  '환경미화원 고시'라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현 세태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환경미화원은 체력좋은 늙수그레한 분들이 많았는데요,
앞으로는 거리에서나 골목에서 고학력의 젊은 분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될 듯 합니다.
기피직종에서 인기직종으로 부상한 셈인데요, 바람직한 사회현상인지는 의문입니다.

 

앞으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학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취업에 불필요한 고학력이나 스펙을 쌓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