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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총 균 쇠


  평소 세상의 지나친 불평등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의 엄청난 부와 아프리카대륙의 오랜 빈곤도 놀라운 일이지만,

국가적 차이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도 빈부의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면 민족간, 대륙간 불평등의 차이를 낳는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늘 궁금했는데요,

이러한 의문을 풀어준 책이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역저인 [총,균,쇠]입니다.


전문역사학자가 아닌 생리학자로 시작하여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으로 영역을 확장해 간 저자의 다양한 지식과 역량이 650페이지의 분량에 가득 담겨 있는 명저입니다.


[총,균,쇠]는 199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수상했는데요,

인류문명이 대륙별, 민족별로 불평등해진 원인을 책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거냐?”

뉴기니 친구 얄리의 의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인 셈이지요.





이 책은 유인원에서 분기된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만 3천 년 전 석기시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수렵채집인이 식량생산능력을 갖춘 농경인에 의해 정복되고 무리사회가 부족, 추장사회를 거쳐 국가체제로 이행하면서 나타난 불평등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부족간 분쟁과 빈곤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는 인류의 기원이 시작된 대륙입니다.


지구가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깨어나서 인류의 여정을 앞서 준비했는데요,

왜 서유럽에 추월당하여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지금도 빈곤에 시달리는지,

왜 잉카와 마야제국은 그토록 쉽게 스페인 오합지졸에게 멸망해야 했는지 알게 됩니다.





현재 야생동물의 천국인 아프리카가 왜 유라시아처럼 가축화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가축화가 농경은 물론 구세계와 신세계의 전투에서 중요한 병기였음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히틀러집단이 신봉하고 실천했던 인종주의이론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입니다.

대륙간 민족간 불평등의 원인이 민족의 차이에 있다는 기존의 인종주의적 이론을 부정하고 

지리적 환경에 있었다는 점을 방대한 조사와 명쾌한 분석으로 설득력있게 풀어냈거든요.


이러한 분석을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명쾌하게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 생물지리학적 우연,(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동식물)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 책과 함께 한 시간들은 행복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보통의 역사학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한정되어 거시적인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은데요,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내공으로 거시적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안타까운 점은 아프리카가 가까운 미래에 서유럽을 앞서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제1세계에 의한 지구환경오염의 피해를 더 받고 있거든요.


또한 스페인제국에 정복당한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은 정복이후부터 하층민이 되었고,

북아메리카 원주민 또한 정복자들이 살기 어려운 지역에서 주로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를 절감하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특별증보면에 실린 추가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도 매우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현대 일본인의 조상과 언어를 추적한 결과 한국에서 이주한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적시하고,

고대 고구려의 언어가 현대 일본어의 원조라는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남북한이 사용하는 언어는 신라어라고 하는데요, 현대 표준어와는 많이 다릅니다.

신라시대에 사용했던 언어가 지금의 경상도 사투리와 어떤 면에서 달랐던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불평등한 현재의 세계와 우리 사회의 개선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책은 두껍지만 어떤 소설보다 더 흥미있게 읽혀진다는 사실에 놀라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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