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일상에서

백수, 온전히 자신이 되는 시간을 누려라


  얼마 전 은퇴자의 재취업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정년퇴직 후 한동안 쉬다가 재취업한 사례를 다룬 방송이었는데요,

100세 시대를 위한 인생 이모작이라는 면도 있으나 일중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업이 없는 상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압박감이 느껴졌거든요.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반면 백수란 직업이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일자리가 많았던 고도 성장기에 백수는 드물었으나 지금은 백수가 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청년백수는 물론 중년 백수도 많고 은퇴 후 백수 대열에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세계 2위 수준의 노동시간을 가진 일중독의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연간 노동 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라고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 하겠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장년층의 경우 이 불균형의 구조에서 헤어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평생 일중독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여가시간 활용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죠.


방송에서 보도된 것처럼 은퇴자들은 백수로서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직장시절과 비교해 사회낙오자로서 자신을 비하하며 재취업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을 하지 못하면 100세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우려를 벗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은퇴 전 습관에 매여 백수시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중장년 은퇴자들 중 다수가 생계를 위해 재취업에 나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부족한 은퇴 준비 목록 중 워라밸 불균형에 못지않게 재정적 부족도 크기 때문일 텐데요,


그 분들 외에 경제적 여유가 있을 만한 경우에도 일 외에 다른 선택은 없어 보였습니다.

일만 해온 평생의 습관에 더해 여가를 어떻게 누려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 큰 원인이겠죠.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부문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정수준의 돈을 가져야 은퇴생활을 잘 보낼 수 있다는 주입받은 관념도 한 원인일 것이며,

그 액수가 더 줄지 않도록 건강하다면 계속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 원인일 것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중년이 되면 은퇴하여 수도자의 길로 나서는 종교적 전통이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적 풍요가 아니라 정신의 풍요임을 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100세 시대를 잘 살아내는 지혜가 바로 이 곳, 정신의 풍요에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평생 일에 치여 온 자신에서, 은퇴백수가 되면 온전히 자신이 되는 시간을 가지는 겁니다.


재취업보다 스스로의 정신을 가다듬는 지혜로운 선택이 최선의 재취업이 될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은퇴이후에는 동물보호및 환경활동과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를 즐겨하려 합니다.


나아가 사회가 더불어 잘사는 공간이 되도록 경륜가진 백수가 활동할 광장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양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한다면 일석삼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려면 사회가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인간적 자본주의로 변화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돈이 최고인 천박함에서 가치가 최고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