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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어느 어르신의 투표


  3층에 90살이 가까운 어르신이 계십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분이신데요,

얼마 전 일요일 아파트 입구에서 함께 사시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교회 다녀오신다고 하시길래 왜 혼자 다녀오시는지 여쭈었습니다.

그 어르신이 점점 거동이 불편해 잘 걷지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교회조차 못 가실 정도라면 무척 안 좋은 상황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 투표일이었죠.

그날 그 분을 계단에서 만났습니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아주 힘들게 겨우 올라가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함께 계신 분께서 투표하고 오시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평생 다니셨던 교회조차 못 다니는 분이 투표를 하고 오신 겁니다.

그 분의 투표 성향 상 누구를 찍었을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선거당시 그들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던 기억이 났거든요.


아주 고통스럽게 올라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투표에 대한 어떤 간절함이 그 분을 투표장까지 가시게 했을까 하는 거였죠.


교회에서 만난 분들끼리 공동체를 이뤄서 살아가는 분이라 교회가 최우선일 것입니다.

이명박 당시 목사들이 이명박 선거운동을 교인들에게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목사를 삶의 나침반으로 인식하는 순수한 교인들이 목사의 말에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론조사결과를 볼 때 그분이 지지하는 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병든 노구를 이끌고 투표장을 다녀오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간절함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마음 뒤에서 한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저희 가족도 그러한 간절함으로 투표장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불편하신 노모를 투표장까지 모셨었거든요.


박근혜의 능력과 성향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당선은 기필코 막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근력이 많이 약해지신 노모의 한 표조차 더 없이 소중해서 버릴 수 없었던 거죠.





  이번 선거에서도 대다수의 고령층은 과거와 변함없는 투표행태를 보였습니다.

그 당이 어떤 행동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못난 자식 거두는 투표’를 지속해 온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그 당의 근본문제와 개선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투표 행태 속에는 진실이나 사실에 대한 간절함이 없거든요.


이 분들의 투표가 국가의 미래발전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불어 소중한 투표를 받는 그 당이 이 분들의 순수성을 악용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