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인구 100만의 대도시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번화가를 막 지난 사거리에 한 대형교회가 보이더군요.
마침 신호등에 멈춘 상황이라 거대한 외형을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전면 벽에 높게 붙인 교회명 아랫쪽에 담임목사 이름이 시선을 잡았습니다.
교회명과 똑같이 조각된 나무로 붙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만약 담임목사가 변경된다면 이름변경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때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며 교회측면을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안 보이는 뒷벽을 제외한 세 벽면에 목사이름이 붙여져 있더군요.
교회가 목사의 소유가 아닐텐데 벽마다 목사이름을 내걸어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담임목사 종신제인 것인지, 그렇다 해도 이젠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궁금함 뒤로 지인이 다니는 교회 목사가 떠올랐습니다.
신도수가 많치않은 영세한 교회라서 십일조가 적어 운영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부인이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도 목사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교회입니다.
반면 유명교회의 목사는 출장 한번에도 최하 수십만원의 수고료를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같은 종교를 신봉하면서 ‘가난한 목사와 부자 목사’로 확연하게 나눠지는 순간이죠.
한국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목사가 누리는 부가 커지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재산유용은 물론 자식에게 목사직까지 넘기는 세습교회도 한두 곳이 아닌데요,
사회의 세태처럼 목사 간에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독교가 지배하는 나라 미국의 경우에는 당연히 부유한 목사들이 많습니다.
지난 4일 인터넷잡지 '바이럴월드닷넷(viralworld.net)'은 미국내 최대 자산을 소유한 목회자 15명을 발표했는데요,
대개 TV부흥사, 번영신학 강조, 신비주의 사역, 다수의 베스트셀러 출판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사등의 목회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가진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신의 매개체로서 목사등의 직책으로 활동하며 교인들의 헌금등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부의 향유보다는 검소함과 청정함을 가진 수도자의 기본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신도나 시민의 삶이 어려울수록 목사가 부를 누리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예수님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종교를 떠나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 생명을 대하는 윤리의 지침이 되는 황금률이지요.
예수님을 늘 입에 달고 신의 매개체로 활동하며 생계를 잇는 직책이 목사인데요,
부와 권력에 집착하는 목사들이 순결한 신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 집니다.
영국의 역사가이며 법철학자인 액튼이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말했습니다.
1800년대 후반 교황의 절대주의를 비판하는 서신에서 언급했던 내용인데요,
독단적인 권력의 속성을 볼 때 세상의 모든 권력에 통용되는 명언이 된지 오래죠.
한 대형교회의 장로부부
지난 2015년 국민일보와 기독교언론포럼, 한목협이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인 3명 중 1명이 ‘(목회자의) 독단·권위적 교회 운영’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처럼 지형이 기울어진 한국교회의 권력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발표한 ‘2012 한국인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60.7%가 건강 재물 성공 친교 평안을 위해서, 31.6%가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교회에 다닌다고 답했습니다.
참된 신앙이 아닌 돈이나 성공, 성공을 위한 인맥형성을 위해서 교회를 활용한다는 건데요,
종교가 사회의 정화수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퇴색한 사회를 당연시 하는 일에 급급하다면,
종교의 존재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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