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하늘을 자주 봅니다.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하늘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거든요.
2018년 여름은 정말 무더웠습니다.
나날의 더위를 이기며 ‘이 또한 떠나가리니’ 매일 주문을 외웠는데요,
그럴 때 보는 하늘은 ‘언제 비 좀 내려주시려나’ 가늠하기에 바빴습니다.
과도한 폭염을 이기고 찾아온 가을, 이 가을 하늘이 너무도 반가운 요즘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로는 의식적으로, 더러는 그저, 무시로 하늘을 봅니다.
가을 하늘, 볼수록 또 보고 싶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 그처럼 맑은 사람이길 기원하고,
솜털처럼 새하얀 구름이 흐르면 그 위에서 잠자는 상상도 해 봅니다.
하늘을 보면 새털같은 가벼운 마음이 되어 자신과 주위의 존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되새김질을 해 보며 잘 살아 왔는지 자문하면서 말이죠.
반추해보니 몇 가지 잘못한 부분이 떠오르더군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1층 가족이 키우던 닭이 낳은 달걀을 1개 훔쳤던 일도 있었고,
같은 해 주전부리 사먹으려고 부모 지갑에서 동전을 몇 개 가져가기도 했었네요.
성인이 되어서는 잡념을 잊으려고 취업한 공장에서 스푼 몇 개를 챙긴 기억도 납니다.
지금까지 3번 도둑질을 한 셈인데 더 큰 도둑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듯합니다.
이후, 역사를 배우면서 양심과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선고한 법정에서 당당하게 주장한 것처럼 그런 자세로 말입니다.
절대 다수가 침묵하거나 친일에 동조할 때 굳세게 항거하던 독립군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불의에 눈감고 부정의에 뇌동하는 일은 없도록 스스로 담금질해 왔습니다.
하늘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마음이 자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말입니다.
아마도 살아온 삶이 부끄러운 사람은 마음 가볍게 하늘을 보기는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하늘을 보면 하늘과 자신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와 대면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인간에게는 숨길 수 있는 잘못도 우주 앞에서는 그 어디에도 숨길 장소가 없을 겁니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계에 자리하여 생명이 유일하게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간~
그 특별한 공간에서 로또도 상상하기 어려운 확률로 탄생한 생명이라 더없이 소중합니다.
백두산 천지 가을하늘
지구의 한 구석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수많은 생명 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자각을 할 때면,
언젠가 자신까지 버리고 떠나야 할 생명에 대한 애착은 사라지고 초연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계절 모든 하늘이 다 좋지만 자신과의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가을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이 생명을 포함한 삶이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을 그 날도 더없이 푸른 가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괴테의 마지막 말은 ‘좀 더 빛을’ 이었다고 하죠.
가장 좋아했던 가을 하늘을 마지막 시선에 담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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