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주위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겨우내 준비했던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로소 인간은 느끼게 됩니다.
그 추웠던 겨울 속에서도 생명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화려한 벚꽃에 취해있던 얼마 전,
가지치기를 한 메타세콰이아 가로수들이 우연히 눈에 띄었습니다.
조금 남아있던 열매들과 주위의 모든 가지들이 잘려 나갔더군요.
숏컷을 한 것처럼 왠지 아쉬우면서도 깔끔한 모습입니다.
나무에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처럼 마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전 한 지인이 직장과 가정문제에 대해 고심하더군요.
독선적인 인성을 가진 상사를 견뎌야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가진 고심과, 중년의 무게를 자각하지 못하는 한 가족에 대한 고심들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지요.
내용을 들으며 마음의 가지치기, 전정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안고 가지 말고 전정하라고 권해 주었습니다.
중요한 중심부는 건드리지 말고 주위 가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잘라내라고요.
아파트관리소장을 할 때 가지치기를 직접 해 본 적이 있는데요,
가지치기는 원래 수형을 만들기 위해 하기도 하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합니다.
부러진 가지나 썩은 가지, 다른 가지를 향해 자란 가지등을 잘라내야 하거든요.
하루에도 수백 번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같은 대상이나 조건에 대해서도 수시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 스펙타클, 그 자체죠.
때문에 마음의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불교에 공감하게 됩니다.
살면서 마음이 번잡스럽다고 느낄 때면 스스로 전정을 합니다.
자신의 마음과 함께 뒹굴지 않고 약간 떨어져서 흐름을 지켜보려고 노력합니다.
보노라면 마음의 온갖 행태가 나타나기 때문에 시나브로 정리가 되더군요.
예전에도 있었지만 현대사회에 와서 마음의 병,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가난한 절대빈곤사회를 지나 수저계급론으로 대변되는 상대빈곤사회가 되었는데요,
갈수록 심화되는 격차에 따른 우울함이 많은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변혁이 없는 한 이러한 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마음에 스스로 평화를 내리는 지혜가 꼭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곁가지들을 잘라내는 전정, 가지치기가 나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삶에 덜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사항들을 과감히 버릴 때 삶이 가벼워집니다.
가지치기를 마친 메타세콰이아 가로수들을 바라봅니다.
지나치게 잘라낸 부분도 보이지만 그 충격을 딛고 새싹이 잘 나오고 있더군요.
사람의 삶도 매순간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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