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가 김소월의 ‘초혼’ 입니다.
하늘을 보거나 마음이 여유로울 때면 불현듯 떠오르곤 하는데요,
애잔한 구절들이 마음속 깊이 찾아와 자리잡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은 이별,
이승과 저승으로 나눠버린 죽음에 의한 슬픔을
이보다 더 애절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노라면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도 겪게 되는데요,
김소월은 이 시 속에 깊은 슬픔을 많이도 담았습니다.
8월 8일 노모를 영원히 배웅한 이후에는, 이 시가 자주 떠오릅니다.
노모의 병세가 위중하기 전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해드렸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말도 있지만 사랑은 표현할 때 더 행복해 지기 때문이죠.
덕분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한 채 맞은 이별에 대한 설움은 없지만, 이별이 부른 안개처럼 가라앉는 아픔은 남은 자가 감당할 몫이겠지요.
김소월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김소월이 머물던 배제학당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자유인 >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자, 인간관계의 기술 10가지 (0) | 2016.10.07 |
---|---|
불가근불가원, 정신의 전용공간을 갖는 길~ (0) | 2016.09.14 |
법정스님의 의자, 참 좋은 다큐영화 (0) | 2016.09.05 |
장례문화, 바뀌어야 한다 (0) | 2016.08.26 |
웰다잉을 생각하다 (0) | 2016.08.13 |
직장인 결근사유 10가지 (0) | 2016.08.01 |
육식은 당연한 것, 나는 의심한다 (0) | 2016.06.11 |
가난한 목사와 부자 목사 (2) | 2016.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