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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장례문화, 바뀌어야 한다


  얼마전 노모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장례식 전후에는 슬픔에 잠겨 생각없이 보냈는데요,

시일이 지나니 장례식의 모든 과정들이 떠오르더군요.


먼 길을 가시는 고인을 배웅하는 과정에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경황없는 유족들을 대신하여 장례준비를 해 주는 상조업체가 고마웠던 것도 사실인데요,

고비용 저효율의 상업화로 장례의례가 변질되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형식이 실질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지만, 상업화로 내닫는 장례문화에 의구심이 들더군요.

3일장을 치르면서 사용한 장례식장 비용과 음식접대, 상조업체비용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비용이 1200만원이라는데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1-2인 가구나 여력없는 유족의 경우에는 부담될 수 있는 비용임이 틀림없는데요,

문제는 3일장과 장례식장 사용이 일반적인 관습으로 당연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 서민들의 경우 장례치르고 빚지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말이죠.





  또한 고인을 추모해야 할 장례식이 유족들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마당이 되었습니다.


고인을 전혀 모르는 이들까지 유족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봉투를 들고 조문해야 하는 현실은 

좋게 보면 품앗이 개념이지만, 추모라는 관점에서는 엉뚱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자식들은 불과 몇 시간 후면 불태워질 수의와 관등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을 

예라는 명분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장례식을 온전히 고인의 추모에만 진행하면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추모에만 전념하는 장례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장례업 종사자들도 현재의 지나친 상업화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장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고인을 중심으로 고인을 잘 아는 가족과 친지위주의 장례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고인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보내드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장례문화 개선은 당장 장례를 치러야 할 유족들이 시작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재의 상업화되고 격식화된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미리 장례방법을 선택해 두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장례가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한 장례식을 스스로 선택해 두는 건데요,

장례방식을 미리 선택해 둔 이에게 삶의 어떤 고통도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 겁니다.

때문에 그것은 삶을 잘 사는 현명한 지혜가 될 수 있습니다.





  비싼 수의를 입기보다는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도 있고,

값비싼 오동나무관보다는 친환경적인 종이관을 사용하는 방법도 좋다고 봅니다.


3일장이 아닌 일본에서 많이 이용하는 바로장이나 1일장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화장후에는 수목장이나 납골당, 해양장등 평소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되는 거죠.


출생은 선택할 수 없었으나 장례방식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웰다잉과 연결됩니다.





  태어난 모든 생명은 언젠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합니다.

그 때를 맞아 삶에 연연하기 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웰다잉의 기본입니다.


한 생명은 곧 한 우주와 같습니다.

그 우주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현재의 장례문화는 진정성 있는 추모와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씁쓸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