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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그스토리

충실한 개와 어리석은 주인 이야기

  돈가방을 가진 한 상인이 말을 타고 애견을 동반하여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랜 여행에 지친 그는 어느 나무 밑에서 돈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쉬게 되었다.

얼마후 다시 말을 타고 길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의 애견은 주인이 돈가방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쉬었던 나무 밑으로 홀로 달려가서 돈가방을 끌고 오려고 시도했지만
그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가지고 올 수가 없었다.

앞서 가고 있는 주인을 뒤따라 달려온 애견은 주인의 실수를 알려주기위해 계속 짖었다. 
그러나 주인은 개가 왜 자기를 보고 짖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애견이 최선을 다해 주인의 실수를 깨닫도록 행동했지만 끝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는 말이 멈추도록 하기 위하여 맹렬히 짖으면서 말의 뒷발굽을 물기 시작했다.


 

  상인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애견이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미친 개는 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 상인은,
개울가를 건너게 되자 자기의 애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하여 뒤를 돌아 보았다.

말을 멈추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 애견은 물을 마실 겨를조차 없었다.
그러한 광경을 본 상인은 이제 자신의 애견이 미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마침내,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낸 상인은 총구를 애견에게 겨누었다.
잠시후 애견은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상인은 그 광경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나는 정말 불행하다. 나의 애견보다는 차라리 돈가방을 잃는 것이 나았을텐데.." 스스로 독백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돈가방이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손을 뻗어 돈가방을 찾아 보았으나 그 가방이 그 곳에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자 자신의 애견이 자신에게 보낸 신호를 깨닫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말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보니, 쓰러진 자리에 있어야 할 애견이 보이지 않았다.

길바닥에 떨어진 피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쉬었던 나무 밑에 이르렀을때,
상인은 그의 돈가방뿐만 아니라 그 가방을 지키며 곁에 누워있는 그의 애견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진맥진해 있던 애견은 힘없이 꼬리를 흔들며 일어서려고 했으나 이미 힘은 빠질대로 다 빠져,
깊은 서러움속에서 자신을 어루만지는 주인의 손을 핥을 수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