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드디어 가족이 되다
그 어느 해보다 더웠던 올 여름 7월 12일,
생애 최초로 길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10살넘은 노견들때문에 망설였지만 사람찾아온 생명을 다른데로 보낼 수 없어 품에 안았지요.
소중한 인연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연아'로 지었는데, 함께 살아온 지도 벌써 4개월이 흘렀네요.
입양초기 고양이라는 종을 처음 접한 노견들이 연아만 보면 주둥이에 주름잡고 짖으며 곁을 주지 않더군요.
문제는 노견들이 겉으로만 짖을 뿐,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연아가 너무나도 일찍 알아 버렸다는거죠.
푸들, 말티즈, 시츄등 노견 셋이 어린 연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형세가 한동안 지속되었지요.
나이들어 처음 보는 날렵한 동물에게 수시로 엉덩이와 얼굴을 맞아도 효과적인 방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거예요.
연아는 놀자고 제발 놀아 달라고 배도 보이고, 더러는 양손으로 온 몸을 툭툭 치니 노견들은 그저 샌드백신세였죠.
목칼라는 연아 접근방어용이에요ㅜㅜ
애묘계의 무하마드 알리인양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대니 몸이 느린 노견들이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그저 안전거리를 만들려는듯 연아가 다가오면 이렇게 간격을 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노견들의 하루하루는 한없이 길었을 거예요, 그래서 연아가 안볼 때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자주 위로했지요.
불과 4개월이 지난 현재, 연아는 이처럼 아리따운 처자로 성장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섹시하다고 하더군요.
외모는 고양이지만 어떤 강아지보다 상냥하고 붙임성까지 뛰어나 별명은 일찍부터 '개냥이'랍니다.
어떤 때는 이 아이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아니면 고양이 탈을 쓴 강아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애교가 많아요.
제 얼굴을 핥을 때에는 강아지의 혀와 다른 까칠한 촉감이 참 아프지만, 어쩌겠어요, 받아 줘야지..
초기의 힘든 시간이 지나고 두달, 세달이 넘어가면서 노견 셋과 개냥이의 사이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멀고도 먼 사이'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사이', 진정한 가족이 된 거죠.
"행복하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