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동물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면 거의 비둘기일 겁니다.
실내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늘 볼 수 있는 조류인데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에서든 비둘기를 여지없이 만나게 됩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그만큼 가장 많은 미움과 경계의 대상이 된 동물이 비둘기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등에 무단침입은 물론 엄청난 배설물 투하로 불편을 끼치기도 합니다.
결국 위생과 개체수의 과도한 증가로 인해 비둘기는 유해조수로 지정되고 말았습니다.
가까운 공원에 가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었다가 갑자기 유해조수로 지정된 비둘기는 아마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오래전 국가에서 대형행사를 하게 되면 늘 하늘로 날려 보낸 대상이 비둘기였습니다.
사람은 날려 보내고 곧 잊었지만 그들은 열심히 삶을 향해 내달려 왔을 뿐인데요,
번식력이 좋아 엄청난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미움의 대상으로 변했을 뿐입니다.
지구의 막내로 등장해 지구의 기준을 만든 인간 종의 영리함은 타 동물을 압도합니다.
필요할 때는 평화의 상징이었다가 불필요하니 유해조수로 지정한 것이 한 사례인데요,
인간의 기준과 상관없이 비둘기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먹거리 활동을 합니다.
얼마 전 전철을 기다리던 중 계단 입구에 서 있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곧 계단 하나를 올라가더니 이쪽저쪽 고개를 돌려 보며 세심하게 먹이를 찾더군요.
그렇게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며 같은 동작을 정성스레 반복합니다.
마침 계단 옆쪽으로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몰두하는 비둘기는 전혀 방해받지 않습니다.
일에 열중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그 순간의 비둘기는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그처럼 최선을 다해 먹거리 활동에 집중하는 비둘기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줍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의 계단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 하나조차 없었습니다.
비둘기처럼 그 전철역의 미화원이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신 모양입니다.
먹거리를 전혀 구하지 못한 비둘기는 입을 다시더니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더군요.
소박한 먹거리를 구했으나 실패하고 떠나간 비둘기의 뒷모습에 헛헛함이 느껴집니다.
닭둘기라는 오명까지 얻은 비둘기이지만 사실 비둘기 세계에는 먹이 경쟁이 치열합니다.
잘 먹어 체격이 좋은 비둘기는 약한 비둘기들을 제압하며 계속 더 좋은 먹이를 먹습니다.
사람 세계에서 재벌대기업이 더 많은 부를 획득하며 동네상권을 잠식하는 것과 같은 거죠.
태어난 모든 생명은 먹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먹거리 활동을 하러 나갑니다.
흔히들 문화활동이 고상하다고 표현하지만 먹거리 활동은 모든 생명의 기본활동입니다.
그만큼 고귀하다는 점에서 먹거리 활동의 진정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거죠.
오늘도 사람은 직장이나 영업장에서, 비둘기들은 거리나 공원을 오가며 바삐 움직입니다.
비둘기가 사람의 일상에 불편을 끼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지구가 사람만의 전용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퇴치가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수 십 억 년간 지구의 진화과정에서 불필요한 생명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겠죠.
길고양이나 비둘기 등 일상의 야생동물로 인한 불편함은 개체 수 과다가 큰 문제인데요,
중성화나 먹이급여자제, 베란다 접근금지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일입니다.
오늘도 비둘기는 옥탑에 모여 앉아 사람의 일상을 내려 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관계와 입장을 존중하는 공존의 개념을 떠올리며 그들을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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