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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더불어삶

매미가 귀뚜라미와 교대하는 시절


  2018년 올 여름의 더위는 대단했습니다.


밤낮을 구분하지 않는 강렬한 폭염은 끈질긴 모기조차 사라지게 했고,

지구상에 오랫동안 터 잡은 생명들의 기력을 소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폭염 한가운데에서 불편해 진 삶에 대해 원망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급증한 전기세 부담과 일상생활의 힘겨움, 지친 심신은 폭염이 주는 강한 위협입니다.


다만 지구와 함께 공생하는 생명의 일원으로 겸손하게 거듭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구 수 십억년의 세월 속에서 인간은 후반부 극히 짧은 시기에 등장한 존재일 뿐이거든요.


강고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라는 기상청의 앵무새 분석을 보면서,

앞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에 우려하게 됩니다.


은하계에서 생명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학대하고 남용한 인간의 반성이 절실한 때입니다.

자연의 자정능력을 위협할 정도로 몰아붙인 개발편익위주의 사고방식을 뒤돌아봐야 합니다.





  북극빙하가 녹아내려 북극곰이 살지 못하는 지구에 인간만 편히 살 공간은 없다는 점에서,

분명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더불어 살 방법을 합의해야 합니다.


한낮은 여전히 폭염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흐릅니다.

영혼의 흐름이든, 공기의 순환이든 바람을 느끼는 순간 온 몸이 바람바라기가 됩니다.

자연이 주는 한 줄기 바람선물이 얼마나 고마운지 올 여름 크게 깨우쳤기 때문이겠지요.


새벽에는 어느 해보다 반가운 가을손님들의 기척에 잠을 깨곤 합니다.

귀뚜라미와 매미가 교대하는 시절이 어김없이 다가 온 거죠.





  귀뚜라미의 존재감을 느끼다보면 매미가 아직 떠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립니다.

극심한 더위가 여름을 알리는 매미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었던 걸까요.


예년보다는 매미소리, 그 우렁찬 합창이 크게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

그 많던 매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인간은 순리를 어겨 이상폭염을 자초함으로서 자신과 모든 생명을 힘들게 하고 있으나,

귀뚜라미와 매미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입추 이후부터 교대를 준비 중입니다.





  아파트관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현관 앞 신발장주위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습니다.

암컷을 찾아 밤새 기척을 내던 귀뚜라미가 지치지도 않고 기세를 이어가던 순간이었습니다.

출근도장을 귀뚜라미의 기척에 찍던 그 때 귀뚜라미는 가장 반가운 아침손님이었던 거죠.


약 한달 정도 존재를 과시하던 그 생명은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기를 멈추었습니다.

매일 들리던 소리가 더 이상 허공에 울리지 않던 순간 마음이 안쓰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의 끝에서 가을을 알리던 그 귀뚜라미가 또 다른 순리에 따라 떠났기 때문일 겁니다.

때가 되면 한 점의 집착없이 기꺼이 떠나는 여린 생명들에게 공감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올 여름의 폭염을 견디면서 느낀 가장 큰 지혜는 ‘모든 것은 떠나 간다’는 진리입니다.

자연도 그 안에 사는 생명도 자신의 시간이 다하면 어김없이 모든 대상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죠.


삶을,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한층 깨닫는 시간이었음을 더위 끝에서 감사하게 됩니다.

돈 만을 향해 달려가는 삶보다 더 행복한 삶은 자신답게 존재하는 삶이라는 점을 가슴에 새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