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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더불어삶

유신교육의 추억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압승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중 14개 시도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는데요,

문득 오래 전 유신교육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박정희 군사쿠데타가 혁명이었고 유신헌법은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가르쳤던 시대였습니다.


대통령이 수시로 긴급조치를 내리고 민주화인사들을 핍박하는 불행한 시대였음에도,

박정희에 대한 끝없는 찬양만 허용되는, 지금의 북한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유신헌법을 찬양하는 국정교육을 받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물론 판검사가 되기 위해 유신헌법을 달달 암기했을 고시생보다 덜 했을 건 분명합니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우수성을 기계처럼 암기하며 조금의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국민이 선출해야 할 국회의원 중 3/1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위협 속에서 나라가 생존하려면 대통령에게 무한권한을 주는 것은 극히 당연했죠.

신문을 읽을 수 있던 때부터 대통령이었기에 대통령을 바꾼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정희가 없으면 나라가 당장 큰일 날 것처럼 배웠던 코미디 교육이 판치던 암울한 시대!

찬양일색의 언론과 앵무새처럼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교육에 눌려 정의는 잠들었습니다.


박정희가 총살당했던 그 날, 부모 잃은 고아처럼 슬프게 울었던 것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귀가하면서 학우들과 나라를 걱정하던 순수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눈물이 얼마나 가치 없었는지 알게 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짧았던 ‘서울의 봄’이후 일반 서적을 읽으면서 철저히 사기당했음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제 시기에 배웠어야 할 진리 또는 사실을 졸업 후에 배우면서 참 황당했습니다.

박정희의 종신독재를 위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한 자들의 횡포에 전율하던 순간이었지요.


이번 진보교육감의 압승을 보면서 보수를 칭하는 단체에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유신헌법과 전두환 및 박근혜의 국정교과서 추진 시에는 단 한마디도 못하던 자들인데요,

촛불혁명으로 참다운 민주주의의 서막이 시작되자 목소리를 내려는 것 같아 한심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위주로 흐르면서 개천에 용나는 시대가 끝난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 명대학 순위에 이름조차 못 올리는 유명대학에 가려면 고가의 사교육이 필수거든요.

계층 상승의 디딤돌인 교육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생긴 당연한 귀결입니다.


보교육감 압승에 의미를 두는 것은 이처럼 잘못된 교육풍토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실과 사실에 맞게 가르치고 공부할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청년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든든한 상비군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비부담으로 학업도 어렵고 졸업해도 채무부담과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상황입니다.





  학벌위주의 사회를 개선해서 원하는 학생만 가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고통은 없을 겁니다.

이번에 당선된 진보교육감 분들은 정책당국과 협조해서 반드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박정희가 종신독재를 위해 악용했던 유신헌법과 교육은 과거의 불행한 유물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의 교육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대에 걸맞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봅니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더불어삶의 가치를 체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