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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비둘기를 위한 변명

  약수터와 등산로등 체육시설이 잘 정비된 공원은 많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죠.
언제부턴가 공원 입구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해조수 비둘기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현수막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비바람에 쉽게 오염되는데 공원의 현수막은 항상 깨끗하더군요.
이 현수막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한마디씩 합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언제부터 유해조수의 대표자가 됐어?'
예전부터 비둘기는 전쟁의 상징인 '매'에 대비하여 항상 평화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지요.
정치권에서도 호전파를 '매파', 평화를 위한 대화주의자를 '비둘기파'라고 부르거든요.


 오랫동안 올림픽등의 국가 행사나 기타 대형행사에서는 폐막시 비둘기를 하늘로 날리곤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하늘로 날아 간 비둘기들에 대해서는 즉시 잊어 버리곤 해 왔죠.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날려보낸 비둘기들의 후손들이 오늘날 유해조수로 낙인찍힌 것입니다.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의한 환경부개정고시(제2004-207호)가 시행중이거든요.



  하지만 사람이 음식을 주든 안 주든 자생력을 이미 갖춘 비둘기들은 충분히 살아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유해조수로 지정된 멧비둘기는 우리나라 텃새로서 오랫동안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해 왔거든요.
관련 법령에 따라 대량 포획하여 죽이거나 새끼가 사는 둥지를 무조건 없애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또한 개체수 과다니 어쩌니 하지만 조금만 관심갖고 살펴 보면 절대로 아니더군요.
우리공원지역만 해도 길냥이들의 포식으로 비둘기 수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이렇듯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의 조정력은 여전히 살아 있기에 억지개입은 필요하지 않아요.

어쨌든 사람에게 필요할 땐 '평화의 상징'이고 피해나 위생 문제가 있으면 '유해조수'로 추락하네요.
이러한 이분법은 너무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속이 보이는 행동이라 그런지 많이 불편해 지는군요.


비둘기 사냥을 잘하는 우리동네 길냥이 깜순씨!


사람들이 너무나 자주 잊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이 지구는 사람들만을 위한 삶터가 아니라는 거죠.
사람, 즉 인간종은 지구 역사에서 극히 마지막에 나타난 존재에 불과하거든요.

지나치게 똑똑한 막내가 부족한 형들을 못살게 굴고 계속 멸종시켜온 것이 개발의 역사라 해도 될 정도죠.

더불어 사는 것은 다른 종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 자신을 위한 삶의 자세라고 할 수 있어요.
공원이 차지하고 있는 이 산도 원래 인간의 소유나 고향은 아니잖아요.

'생태계파괴 어쩌고..' 하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겠죠.



※ 현재 유해조수로 고시된 동물의 종류

1.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및 까마귀류(큰부리까마귀 제외)
2. 국부적으로 서식밀도가 과밀하여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다람쥐, 청서,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다만, 오리류 중 원앙이, 원앙사촌, 혹부리오리, 황오리, 알락쇠오리, 호사비오리, 뿔쇠오리, 붉은가슴흰죽지는 제외)
3. 비행장 주변에 출현하여 항공기 또는 특수건조물에 피해를 주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
4. 인가주변에 출현하여 인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발생의 우려가 있는 맹수류
5. 야생조수 및 그 알, 새끼, 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
6.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7.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