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가슴이 철렁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중,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말티즈 강아지가 뛰고 있는 겁니다.
빨간옷을 입고 뛰어가는 강아지의 주위에는 차량들이 가득했고,
어떤 차량이라도 빨리 다가왔다면 그대로 별이 되고 말 급박한 상황이었죠.
8층에서 내려가 도와줄 시간도 없었던 찰라,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안돼'라는 신음만 나오더군요.
다행히 차량들은 서행을 하고 있어 말티즈를 보았고,
강아지는 무사히 도로를 건넜습니다.
조금전에 바뀐 정지신호등 덕분이었죠.
번화가의 도로라서 주행신호였다면...
아~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도로를 건너 생명을 건진 말티즈의 주위를 계속 살펴 봤지만,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해서인지 이 사람 저 사람 가까이 다가가지만,
말티즈가 유기견임을 인지하고 구조하려는 사람은 없더군요.
옷을 입고 있어서 주위에 가족이 있으려니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누가 가족인지 주위 사람들을 살피느라 말티즈의 행방을 놓쳐버린 순간,
함께 있던 지인에게 물어보니 바로 앞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갔다고 하네요.
단지내 도로는 저속주행이라 일반도로보다는 다행이지만,
그 아파트가 말티즈가 살던 곳이 아니라면 위험은 여전히 진행중인 거죠.
신호등이 구한 생명 말티즈!
곧 근무시작이라 내려가 보지도 못해서 마음에 불편함이 가득했습니다.
구조되지 않는 한 유기견의 생명은 삶이 아니라 죽음에 담보잡힌 셈이거든요.
평소 목줄없이 산책하거나 외출하는 반려인들이 참 많습니다.
그럴 경우 가족과 잠시라도 떨어지면 반려견들은 바로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보람이와 닮은 그 강아지
외출을 자주 하지 않는 한 주변 지리를 익히지 못하기 때문에,
궤도없는 소행성처럼 떠돌게 되어 집을 찾아 오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목줄은 생명줄입니다. 마이크로칩을 안했다면 인식표라도 반드시 해주세요.
최소한 반려인들이 신호등처럼만 행동해도 유기견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때에 가고 어떤 때에 서야 하는지 강아지에게 외출시마다 알려주면 되거든요.
모처럼 밖에 나와 흥분하는 강아지들에게 끌려다니는 반려인들이 적지 않은데요,
그럴 때 리드줄이라도 놓치면 그대로 유기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길에서 혹시 유기견을 만나면 급히 다가가지 마시고 앉아서 강아지가 오도록 기다려 주세요.
오면 손바닥을 펴서 냄새를 맡게 한 후 스킨십을 허락한다면 안아서 근처 샵이나 병원에 데려가서,
이 강아지를 찾는 사람이 없는지 문의하는 거죠.
없다면 잠시 보호하다가 관할 관청에 구조를 부탁하는 방법이 남게 되겠지요.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길 잃은 불쌍한 동물에게 베푸는 친절은 어떤 종교행위보다도 숭고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없이 방치하면 그대로 죽음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는 순간 생명을 지킬 가능성이 높기에,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것은 늘 안타까움입니다.
8차선 도로를 건너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간 말티즈의 행방이 정말 궁금합니다.
마음 따뜻한 분에게 구조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은 날입니다.
지구를 떠돌던 '어린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고 믿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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