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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비둘기와의 공존을 위하여

 

  얼마전 버스정류장에서 다리를 다친 비둘기를 보았습니다.


한쪽 다리가 부은 상태로 절뚝거리며 모이를 찾아 다니더군요.

 

버스가 오는 순간 비행하여 건너편 건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법적으로도 유해조수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비둘기는 더 이상 평화의 상징이 아닙니다.
언제든 조치될 수 있는 인간의 골칫거리가 되었을 뿐이죠.

 

그럼에도 비둘기는 여전히 평화의 상징입니다.

지난 1월 교황이 미사 이후 어린이들의 손으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려보내게 했거든요.


이러한 관행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날려보낸‘평화의 비둘기’ 두 마리가 까마귀와 갈매기의 공격을 받아 생사가 모연하다는 거죠.

 

 

까마귀의 공격을 받는 비둘기

 

때문에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에서 비둘기를 날려보내는 관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더군요.
동물보호단체 ENPA는 티베르 강 근처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의 기둥 위에 까마귀 둥지가 있다며
로마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행위는 비둘기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이같이 요청했습니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성경에서 유래됩니다.
성경에서 비둘기가 노아에게 올리브 가지를 가져다 주어
대홍수가 끝났음을 알렸기 때문에 비둘기는 평화의 고전적 상징이 되었거든요.

 

문제는 그러한 상징을 인간이 지나치게 악용하여 행사때마다 날려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올림픽 등 국가적 큰 행사 때마다 수천 마리의 비둘기를 수입해 날려보낸 뒤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평화의 상징에서 유해조수로 추락하게 된 거죠.

 

 

 

 

  비둘기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경우를 보면,
1988년 올림픽 행사 때 비둘기를 날려보내기 위해 수입후 서울시청 옥상에서 사육하면서 늘어났다고 합니다.

 

비둘기 개체수가 더욱 크게 불어난 이유는,
날아간 비둘기들이 도시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먹거리 환경에 본래의 생식리듬을 잃게 된 거죠.
나무열매, 풀씨 등의 자연 식량을 먹던 비둘기는 사람들이 주는 모이와 각종 음식물 쓰레기를 먹게 되었거든요.

 

야생에서는 1년에 1-2회 번식하던 습성이 연간 5~8회까지 번식하게 되었는데 성장도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갓 태어난 새끼가 '피존 밀크' 라는 영양분이 풍부한 특별식을 부모로부터 공급받아서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한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도시의 풍부한 먹이가 비둘기의 안정된 성장과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주게 되어,
불어난 개체수만큼 증가한 배설물과 떨어지는 깃털등으로 인해 쥐둘기라는 오명까지 얻게 됩니다.

비둘기의 배설물과 깃털이 아토피의 원인이 되거나 배설물 속의 세균이 폐렴 등의 폐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데요,


외국의 경우에는 배설물과 깃털에서는 뇌수막염과 폐질환,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병균이 검출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균이 사람에게 감염되거나 전파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배설물은 산성이 강해 건물이나 문화재 등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해조수라는 오명을 씌워 퇴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으니 '인간 손뒤집기'의 한 사례라고 해야겠죠.

1990년대 초반부터 비둘기 퇴치를 위해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한 스위스 바젤대학의 결론에 따르면,
총포와 덫, 독약 등으로 비둘기를 살상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으며 개체 수는 먹이의 양과 가장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바젤 시 당국과 동물보호협회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50개월 뒤 2만 마리로 추정되던 이 지역 비둘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비둘기와의 공존을 위하여 세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인위적이며 과다한 먹이공급은 지나친 번식을 초래하기 때문이죠.
사람이 모이를 주지 않아도 도시환경에서 버려진 다양한 쓰레기들로 비둘기는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70억의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포화상태죠, 삶의 질을 위해 산아제한이 필요한데요,
현재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비둘기 또한 개체수 감소는 매우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둘째, 일정한 공간을 부여해서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살리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공원에 가보니 오랫동안 있었던 비둘기 집을 모두 철거했더군요.
갑자기 집을 철거당한 비둘기들이 갈 곳은 아파트등 각종 건물의 빈 공간이 되겠지요.
인간 주위에 버려진 음식물이 넘치는 한 비둘기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거든요.

 

셋째, 비둘기만 더럽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아무리 청결하게 닦는다 해도 우리 몸은 '나와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공존하는 커다란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등이
우리 몸에 터 잡고 살고 있으며 그 무게를 다 합치면 1~2㎏에 이른다고 하거든요.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이었습니다.
치아에 1300종, 코 속 피부에 900종, 볼 안쪽 피부에 800종, 여성의 질에서 30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으며,
연구자들은 사람의 입속에만 적어도 5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의 세균은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해 미생물과 유익한 미생물의 균형을 잘 보듬어서 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처음부터 같은 동물인데, 좋을 땐 '평화의 상징', 불편할 땐 '퇴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인간중심적 이기주의를 극명하게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제는 '자연스러운' 공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