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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장기기증서약하다


  오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장기기증서약을 하였습니다.


가족에게 뜻을 먼저 알리고 공식 서약한 건데요,

‘本來無一物’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실천해서 그런지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작년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이후 최종 마무리한 셈이거든요.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깊이 성찰하였기에 그 필요성을 인정한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기증서약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 신체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었습니다.


태어날 때 물려받은 그대로 함께 떠나는 것이 부여받은 신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마침내 본래무일물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번 장기기증서약을 하면서 마음에 크게 떠오른 분이 법정스님입니다.


2010년 3월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은 종교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스승이시죠.

오래전 무소유를 읽은 이후 스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탐욕의 끝 모를 계단을 향해 달리는 군중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소유정신일 겁니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읽을 때마다 가슴에 담기는 청정한 가르침에 마음이 늘 맑아집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고 버리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린 수행자는 후세에까지 영원히 빛을 발합니다. 

제가 이렇게 가난을 강조하는 것은 궁상스럽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넘치는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삶을 옛 스승들의 거울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자는 뜻입니다.”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청빈의 덕이 자랍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닙니다. 

따뜻한 가슴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무소유 철학을 실천하며 떠나신 법정스님의 유언도 읽을 때마다 감동입니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달라,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





  언젠가 죽음이 제 방을 찾아오면 모든 것 내려놓고 기꺼이 따라가려고 합니다.


번잡한 장례절차없이 가능한 빨리 즉시장(바로장)으로 화장한 후 가장 소박한 종이관에 유골을 담은 다음,

하늘보이는 다소곳한 나무아래 묻혀지기를 원합니다.


장기기증서약과 마지막 길까지 결정하고 보니 더욱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정의롭고 담대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산다면 정말 행복했다 말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