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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환경스페셜 철거촌 고양이

 

  길에서 태어나 철거촌의 주민이었던 길고양이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입니다.


철거촌이라는 거대한 폐허에 갇혀 사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니 동네 길냥이들이 생각나더군요.


밥주는 캣맘을 멀리서도 알아보고 '야옹~ 야옹~' 거리며 따라오는 그 아이들 말이죠.

 

동네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폐허에 남은 고양이들에게 유일하게 남아 계신 노부부가 사료를 줍니다.

부서진 화장실 한 편에 식당을 열면 여기 저기서 밥먹으러 오는 손님들은 철거촌의 고양이들이지요.

 

밥을 먹던 고양이들은 다 먹지도 못하고 들려오는 중장비 소리에 놀라서 뿔뿔이 흩어 집니다.
제때 피하지 못하면 콘크리트 벽에 깔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어른 고양이들이 어느정도 먹은 후에야 기다리던 아기 고양이들에게 차례가 돌아 오지만,
어린 나이에 이미 여러 질병에 감염된 아기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아 먹을 힘도 없어 보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피하기는 커녕 사람들을 따라오며 구걸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부족한 먹이를 앞에두고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고양이들의 다툼에서, 다를 바 없는 인간을 봅니다.

 

사람들이 떠난 집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눈치볼 것 없는 그곳은 천국입니다.
하지만 그 천국은 처음부터 유효기한이 정해져 있어 신기루에 불과할 뿐인 천국이죠.

 

 

 

 

  돌봐주던 마지막 인간이었던 노부부가 이사간 폐허에 남은 생명은 이젠 고양이들 뿐이네요.

 

깨진 벽더미에 깔린 어린 고양이 노랭이의 엄마는 하늘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거리고,
철거반 아저씨에게 발견된 노랭이는 병원으로 옮겨 지지만 끝내 숨을 다하고 맙니다.


오랜 탈수와 영양실조로 어린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감기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살 수 없었던 거죠.
어른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을 5년으로 볼 때 어린 고양이의 절반은 3개월도 살기 어렵다네요.

 

 

 

 

  도시, 특히 철거중인 폐허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길고양이들은 그 곳을 떠나지 않습니다.


전기까지 끊어져 인간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폐허에서 고양이들은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배가 고파 풀까지 뜯어먹고 두 달된 어린 고양이가 곤충을 열심히 사냥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아프더군요.


출산을 앞둔 어미 고양이는 철거촌의 폐허를 둘러보며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겨우 찾은 출산장소는 겨우 새끼들을 품어 안고 옆으로 눕기도 어려운 곳이더군요.

 

 

 

 

  철거촌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살려고 하고, 살아 내야 하는 존재가 생명입니다.


지금처럼 무조건 허물고 고층아파트, 콘크리트숲을 만드는 재개발방식은 이젠 바뀌어야 합니다.
터 잡아 살던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들이 그 곳에서 계속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죠.

 

 

 

 

  최초의 집이자 마지막 집이 철거되는 현장을 바라보던 어린 고양이의 시선이 가슴에 맺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