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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동물세상

길고양이 가족을 만나다


  우연히 길고양이 대가족을 만났습니다.


시장인근 한 점포 옆에서 나온 새끼 길냥이 한 마리가 시작이었지요.

생후 2개월여의 얼굴이 아주 앳된 아이였죠.


어미도 없는데 세상물정 모르고 뛰놀고 있는 거예요.

저렇게 어린 새끼를 어미가 버린 건지 염려되서 발길을 돌릴 수가 없더군요.


시간을 다투는 출근길이지만, 

새끼냥이를 뒤따라 조심조심 가 봤습니다.


바로 아래 가게 앞에서 어미가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네요.

그럼 그렇지, 모성본능이 강한 길고양이 어미가 홀로 떠나지는 않았던 거죠.


어미 주위에는 새끼 고양이 형제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습니다.


새끼들 젖먹이려면 어미가 잘 먹어야 하는데요,

이 어미는 새끼들이 주위에 있는지 챙길 틈도 없이 밥을 먹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바닥의 비닐위에서 먹는 것을 보니 인근 상인들이 음식을 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어미 옆에서 편안하게 노는 새끼 길냥이들을 보노라니,

문득 서정주 시인의 서정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봄이 되면 주택가 여기저기에서는 길고양이들의 발정음을 듣게 됩니다.





  길고양이들을 거부하는 이들은 그 소리가 싫다며 학대하거나 관청에 신고하는데요,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크게 거부감이 들 이유는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클래식 음악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소음인 것과 같거든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간의 삶과는 무관한 길고양이 그들만의 삶의 방식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인데요,

험난한 길 위에서 그네들의 수명은 평균 3년 정도가 고작인 불쌍한 생명입니다.

인간이 굳이 나서서 학대하지 않아도 길 위의 삶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죠.





  처음 보는 낯선 인간이 사진을 찍는데도 어미나 새끼들이 크게 거부하지 않더군요.


이 아이들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들 또한 그들과의 공존을 당연하게 여겼으면 합니다.

늘 느끼지만, 이 지구는 인간만의 공간으로 허락된 곳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