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렸던 지난 주의 어느날!
잠시 열린 대문 틈새로 무단침입한 한 생명이 있었지요.
그네들 세상에서도 영역은 본능적으로 지켜지는 부분인데,
자기 영역이 아닌 곳으로 겁도 없이 들어온 거죠.
그 주인공은 길에서 태어난 길위의 생명, 길고양이입니다.
들어와서는 사람을 따라 다니며 먹을 것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행색은 분명 길고양이인데 전혀 아닌 것처럼 행동하네요.
보통 길고양이 어미는 출산후 3-4개월동안
새끼를 보듬고 필수교육과정을 이수시킨다고 하는데, 이애 엄마는 아닌가 봅니다.
어미가 사람을 경계하고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새끼 고양이가 감히 사람 집에 들어올 엄두는 내지 못했을텐데요.
아마 어미고양이가 사람을 거부하지 않고 잘 지냈던가 봅니다.
사람처럼 고양이들도 어미의 성향에 따라 사람과 잘 지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거든요.
어미가 사교적이고 상냥한 성격을 지녔던 게 아닌가 싶어요.
문제는 저희 집 노견들과 작년 여름에 입양했던 길고양이 연아가 심하게 반대한다는 거죠.
매서운 날씨에 집안으로 들이려 했더니,
노견들이야 당연히 짖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아가 평소 볼 수 없는 모습으로 하악거리며 발톱을 세우네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가장 격렬하게 거부합니다. 이런 못된 가시나...
결국 이렇게 현관 밖으로 쫓겨났어요.
문 열리면 무조건 안으로 들어 오려고 해서 이렇게 목줄까지 했네요.
이름도 예쁜 미모에 맞게 '아연이'라고 지어 주었죠.
이리저리 치이는 자기신세 슬퍼할 만도 한데요,
워낙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나서인지, 구충약도 잘 먹고 사료도 아주 잘 먹네요.
사람만 보면 이래요^^
강아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애교도 많고요,
목줄을 풀어주면 잠시 문밖에 나갔다가 바로 제 집인양 들어온답니다.
더욱 재미있는 일은, 누군가 대문에 들어서면 개처럼 큰소리로 야옹거리며 알린다는 거죠^^
고양이들 습성상 거의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기 정체성을 아직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사료값 걱정말라며 개 역할까지 하려고 작심한 건지는 더 두고봐야 알겠지요.
어쨌든 이 아이가 온 후로 지붕위에서 놀던 쥐들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연아는 물끄러미 지붕위만 쳐다볼 뿐 별 관심이 없어서 사료만 축낸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노견들과 연아가 마음을 열고 어린 생명을 받아들이면 좋겠는데요,
사랑은, 마음은 강요할 수 없으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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