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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역사사색

반려동물과 여성운동

 

  모든 동물을 존재자체로 존중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개'라 불리는 반려동물입니다.

 

때문에 개식용을 반대하는 글을 제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데요,
간혹 개식용을 찬성하는 분들의 댓글을 접하곤 합니다.

 

'남의 음식 왜 건드리느냐'는 식으로 무례하게 쓰는 분들도 계시고,
나름의 논리를 갖춰서 반론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일이 답글은 안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글들에 충분히 제 생각을 쏟아 냈고 반론할 필요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죠.

 

  오늘 모처럼 시간을 내서 반려동물과 여성운동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반려동물, 즉 companion animal 이란 용어 많이 들어 보셨죠~


1983년 10월 27-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동물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 박사가 처음 제안했지요.

 

 

콘라드 로렌츠 박사

 

  오랫동안 사용해온 '애완동물', 즉 Pet은 인간위주의 일방적인 의미여서 맞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서로 사랑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개칭하게 된 거죠.

 

이후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애견문화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간호사를 더 이상 간호원으로 부르지 않듯 용어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갖게 되거든요.

 

이처럼 개나 고양이등을 반려동물이라 부르며 더불어 사랑하는 동물로 격상되었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식용하는 것이 불법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이요, 식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음식재료일 뿐이거든요.

길용이 사건처럼 반려동물이 집을 나가면 타인의 냉장고에서 식재료로 둔갑할 수 있는 현실인데요,
세상을 살다보면 기가막혀 말이 안나오는 무수한 일들중에서 이러한 경우도 당연히 포함되는 거죠.


한 대상을 두고 이렇게 처우가 다른 현실은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반려인을 비롯한 동물보호운동가들은 개식용반대를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잘못된 제도, 심각한 현실의 모순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호주제폐지 가족법개정시 환호하는 여성운동가들

 

  개식용반대운동을 하면서 항상 떠오르는 역사적인 운동 중의 하나가 여성운동입니다.
현대의 여성들은 일부일처제를 하늘에서 부여해 준 당연한 권리로 알고 있지만 전혀 아니지요.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는 ‘축첩제 폐지’였는데요,
수구 유림들의 반발은 이후 호주제폐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합니다.

 

당시 가족법 개정을 주도했던 김주수 경희대 법대 객원교수에 따르면,
“아이를 못 낳으면 대가 끊기는데 그런 여자를 데리고 살아야 하나”
“그렇다면 축첩을 법적으로 허용하라” “남편은 하늘인데 마음대로 이혼을 못하면 결국 가정이 무너진다”며,
가족법 개정에 찬성하는 법학자들에게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잇따랐다고 합니다.

 

 

유림의 가족법개정 반대시위

 

  나라조차 지키지 못해 여성들을 왜인과 만주족에 잡혀가게 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염치도 없이,
살아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라 비난하며 자살이나 이혼을 요구한 사람들의 잔재들임에도 말이죠.

 

역사의 흐름을 막으려는 구시대적 작태에도 불구하고, 여성운동은 계속 성과를 이어갔습니다.
가족법에 있어 양성평등과 민주적 가족법을 구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가족법 개정운동의 결과,
1977년·1990년·2002년에 부분적 개정이 이루어졌고,
2005년에 마침내 호주제가 폐지되고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 친권 동시행사, 이혼 및 사별여성의 재혼금지폐지에 이은 호주제 폐지는
반세기 여성운동의 성과로서 오늘의 세대가 민주화처럼 무임승차하고 있는 거죠.

 

 

 

 

  당시 갓쓰고 도포까지 입고 반대시위에 나타난 유림들의 주장을 지금 되새겨 보면 웃음이 납니다.


'우리의 전통예절문화를 말살하려는 폐륜적 행동이라서 이 법안통과를 결사반대하며,
호주제가 일제의 잔재라는 것도 모른 채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며 동방예의지국이기 때문에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 전통문화의 폐지, 가족제도 붕괴와 민족문화 말살'이 우려된다고 했거든요.

 

도대체 말도 안되는 반대를 이겨낸 여성운동의 성과로 쟁취한 호주제 폐지는,
단지 여성운동가들만의 업적이 아니라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흐름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도 남녀직위나 급여차별등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호주제폐지로 한국사회의 남녀평등향상,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확대되어 맞벌이 부부들이 증가했고,
가사분담등 가정 내 가부장적인 인식도 어느 정도 개선된 것만큼은 확실해 보이거든요.

 

 

 

 

  역사에서 진보를 향한 행진은 사회모순을 느끼고 개선하려는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모순을 알고도 개선하려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축첩제나 노예제등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겠지요.

 

개식용반대운동도 이와 같은 진보를 향한 역사의 흐름에 발자취를 함께 한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가족을 식탁위에 올리는 말도 안되는 모순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소를 반려동물로 사랑하다면 최소한 그 사람앞에서 소고기를 운운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사회를 매끄럽게 만드는 기본 덕목이라면 개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식용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나서서 찬성하는 사람들이 계시더군요.

 

 

 

 

개식용을 안타까워하는 반려인들에게 자신의 논리나 무지를 내세워 말싸움을 걸기까지 하거든요.
생명을 살리자는 것,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개를 식탁위에 올리지 말자는 것,
나아가 지구촌에서 3개국만이 하는 개식용 탐식을 우리나라는 이제 그만두자는 것까지 반대하면서 말이죠.

 

  중요한 것은 역사의 발전이 단순한 논쟁이 아닌 시대적 흐름이 진보로 향할 때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일례로 노예제도를 둘러싼 링컨과 더글러스의 논쟁이 노예제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남북전쟁에 승리한 이후에야 제도적으로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해 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애견

 

 

물론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흑인들은 노예처럼 노동자로 일했고 사회적 흑백차별도 심각했지만,
역사의 진보적 흐름은 흑인혼혈 오바마가 대통령에 재선되는 것으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변하고, 우리나라가 최소한 미국을 뒤따르는 뛰어난 국가라면,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반려동물인 개를 식용하는 구습에서 이젠 벗어나야 되는 것 아닌가요?

 

과거 호주제폐지를 둘러싼 수구유림들의 반대가 역사의 물결에 실려 사라져 간 것처럼,
세상의 반려인들이 자신들의 가족인 반려동물의 안전한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면,
어떠한 반대가 있을지라도 개식용반대운동은 반드시 성공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부시 전 대통령과 애견

 

 

  미국 대선에서 애완, 반려동물이 대선 키워드로 등장한지 오래되었는데요,
유권자인 국민 다수가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치가들도 많이 키우고 있더군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시고,
경제적 여유가 증가할 수록 계속 늘어날 것은 확실하므로 개식용반대운동의 토대는 커질 것입니다.

법제도를 개선하려면 정치인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치인들도 함께 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