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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역사사색

독일, 호주에 이어 제3의 성 인정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제 3의 성을 인정한 호주의 뒤를 독일이 이어 받았습니다.


호주는 성전환수술 및 호르몬 치료와 무관하게 개인 서류에 간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성별란에 전통적인 M(남성)과 F(여성) 이외의 X(intersex·간성)표기가 가능해진 거죠.

 

독일에서는 연간 2000여명의 신생아가 남성과 여성의 성징을 모두 가진 채 태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에 기록된 사방지처럼 성기와 염색체등에 남녀의 특징을 모두 갖고 태어난다는 건데요,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성을 결정지었다가 훗날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문제제기 및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 온 결과 마침내 제도개선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1일부터 독일 부모들은 남녀 모두의 특징을 가진 아기가 태어나면,
신생아 출생증명서 성별란을 '공란'으로 남겨두고 일정기간 아기의 성징을 지켜본 뒤
두드러진 2차 성징에 따라 수술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독일윤리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독일에서 현재 성정체성의 혼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약 8만명에 달한다니 이번 개선이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이러한 뉴스를 보노라니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떠오릅니다.
근면성실하고 생각도 올바른 자상한 가장인데, 성소수자 문제만 나오면 급흥분성 비난모드였거든요.

 

"그 사람들이 00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비난할 이유는 없잖아요?"
"이유없이 싫어요. 도대체 말도 안되는 인간들이잖아요."

 

 

3년동안 출연금지되었던 홍석천

 

  절대적인 편견의 늪에 갇혀서 다른 생각은 감히 나올 여지조차 없는 막다른 상황인 건데요,
예전보다는 제 3의 성, 즉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합니다.

 

얼마전 트렌스젠더 연예인으로 유명한 하리수도 악플과 편견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했더군요.
2002년 12월 인천지방법원에서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을 받아들여 법적으로도 여성이 된 분이죠.

 

 

하리수의 도전적 포즈

 

또한 힐링캠프의 MC이경규도 홍석천의 출연에 반대했을 정도로 편견을 보였다가 사과한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갖고있는 전체적인 편견의 깊이는 견고해 보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제 3의 성은 현대에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는 거죠.
문명개화기로 보는 고대그리스와 로마시대부터 현대까지 유명한 성소수자들이 많았거든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고대철학자들도 미소년선호취향을 가졌고 다수의 로마 황제가 보인 동성애 성향,
러시아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와 오스카 와일드등의 예술가들을 비롯해 정말 많습니다.

 

 

내면이 괴로웠던 차이코프스키

 

  [여자 남자 그리고 제 3의 성]에 인용된 빌립보서에서 설명하는 신비화된 젠더상을 보면 참 놀랍지요.


'이 세상에는 남편과 아내의 결합이 있다. 이는 나약함에 의해 보완되는 강함의 경우이다.
영원의 세계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칭하지만 결합의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다른 이름들도 있다.
이 이름들은 어떤 이름보다 우월하며 강한 것보다 강하다. 이는 분리된 것이 아니며, 그 둘이 이 하나이다.'

 

외모등 여러가지 면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는 유니섹스가 판치는 현대와 다를 바 없거든요.

 

  특히 예전에는 토픽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성전환 사례의 경우,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러시아, 폴란드,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고,
성전환과 그 밖의 다양한 젠더교차 행위는 이제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대만에서 열린 성소수자 퍼레이드

 

  유럽연합(EU)가입국중에서 핀란드에서도 제3의 성을 인정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라는데요,
성정체성 혼란이나 성소수자로서 피해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제도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성과 남성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뛰어넘는 제 3의 성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살아가야 할 아픔이 계속되는 일이 없도록,
무조건 그들을 혐오하고 사회에서 거부하는 행위는 정말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3의 성을 인정받게 된 독일의 아가들

 

  허투른 미물로 태어나도 살려고 애를 쓰는 것이 생명인데, 사람은 더 없이 소중하기 때문이죠.
전통적인 성정체성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성소수자도 행복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