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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가을이 좋은 이유,가을예찬

 

  예전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었지요.


불과 일주일 정도의 연수여행이었음에도,
아열대의 그 후텁지근한 공기를 맡으면서 한국이 그리웠었죠.

 

사계절이 분명한 글자 그대로의 금수강산이 우리나라잖아요.


각자 매력있는 사계절과 더불어 살다 고개를 들면,

어느덧 세밑이 되어 있더군요.

 

멋진 사계절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입니다.


  매년 이 맘때가 되면,
자연인으로서의 설레임이 마구 샘솟아 정말 행복해 지거든요.

 

가을이 이렇게 좋은 이유가 뭘까요,

가을의 무엇에 이토록 매료되는 걸까요!

 

 

  가을이 좋은 이유 10가지~

 

 

 

 

 

 

 

1. 더 없이 푸른 가을하늘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하늘을 보는데요,
더 없는 푸른 색이 펼쳐지는 가을에는 하루에도 여러번 하늘을 마주 합니다.

 

쎙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외로울 때면 석양을 보았다고 하죠.
그만큼은 아니지만 하늘을 보면 마음에 푸르름을 담을 수 있어 정말 좋거든요.

 


2. 독서는 가을과 함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아주 흔한 말이 있죠.
사계절중 독서를 가을에만 한다면 책이 너무 서운해 할 거예요.

 

다만 사람의 혼이 실린 책을 가장 진정성있게 대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지요.

깊어가는 가을, 어디서든 책 읽는 사람 보면 멋져 보이지 않나요~

 

 

 

 

 

 


3. 깊은 향취가득한 바람
여름의 오랜 더위끝에 만난 선선함은 행운이죠.
선선함에 깊은 향취까지 가득담은 가을바람은 그래서 행복입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오가는 계절과 관계없는 삶의 애환이 가득하지만,
가을바람은 그들의 몸에 배인 삶의 피곤함을 알듯 모를듯 씻어 주기 때문이죠.

 


4. 성숙한 자연미
지금까지 키우고 간직해 온 내면의 진실을 풍성함으로 내 보이고,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성숙한 자연의 모습이 곧 가을이지요.


혹독한 무더위에 영글어 낸 과실을 아낌없이 만물의 음식으로 내 주고,
한점 아쉬움없이 내년의 풍성함을 준비하는 진정으로 성숙한 계절이라 더욱 사랑합니다.

 

 

 

 

 

 


5. 귀뚜라미의 세레나데
예전에 근무하던 사무소 입구에는 신발장이 있었는데요,
출근해서 신발장 문을 열면 어디선가 귀뚜라미가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죠.

 

밤새 짝을 못찾은 것인지, 보름이상 이어지는 세레나데를 들을 때마다,
한편 반가우면서도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지 안쓰러워서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가을의 귀뚜라미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애틋함이 있어 좋습니다.

 


6. 철학적인 너무나 철학적인
무시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잊었던 삶의 진실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태어난 생명이라면 누구나 시한부생명이라는 사실을 잊고 무한한 듯 살고 있잖아요.


그러한 점을 다시 일깨우는 가을은 그래서 철학적인 계절이지요.
철학적인 너무나 철학적인, 가슴에 잔재를 비우고 새롭게 채울 수 있는 계절이죠.

 

가을이면 가장 생각나는 시가 구르몽의 '낙엽'이더군요.

 

 

 

 

 

 

낙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7. 여행하기 너무 좋은 계절
개인적으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입니다.
사계절 구분없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저의 선택은 항상 가을이거든요.

 

여행이 단지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자신과 다른 곳에서 새롭게 만나기 위한 여정이라면 말이죠.

 


8. 고독의 향연
태어난 모든 생명은 원초적으로 고독합니다.
태어날 때도 혼자 태어났고 삶에서 물러날 때도 혼자 가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생명의 그림자는 곧 고독이죠.
각자가 고독한 존재임을 서로가 알아줄 때 세상은 그만큼 더 따뜻해 지겠지요.

 

 

 

 

 

 


9. 커피(차)가 더욱 맛있는 계절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은 단지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지요.
삶의 여유를 즐기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죠.
여유로움을 내 좋은 사람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은 그래서 행복입니다.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
그래서 커피가 더 맛있는 계절이 가을이지요.

 

 

 

 

 


10. 짧아서, 너무 짧아서 아쉬운 계절
점점 짧아지고 있는 계절, 그래서 더욱 아쉬운 계절이 가을이죠.
어린왕자의 점등인이 불을 켜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서 항상 바쁜 것처럼 말이죠.

 

여름과 겨울의 틈새에서 자신의 시간을, 잔고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서,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항상 안타깝습니다.

 

 

  긴 여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올 긴 겨울앞에 놓인 짧은 행복!
그래서 가을은 더 소중하고 더 고마운 계절입니다.

 

내 좋은 계절 가을, 짧은만큼 나날을 더욱 행복하게 보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