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개의 시초는 구석기말 또는 신석기 초에 유목민을 따라 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평왕조에 기록된 개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오십삼년 춘이월에 흰개가 궁중 담위에 올라갔다. 오월에 이손과 아손이 모반한 것을 왕이 알았다'고 기록되어 있고,
성덕왕조에는 '삼십오년 겨울 십일월에 개가 궁성의 고루에 올라가 삼일 간을 울었다.
삼십육년 춘 이월에 왕이 죽었다'고 나오고 백제 의자왕조에도 개가 멸망을 예시하는 이상한 행동을 한 것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충직의 상징이 된 개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불길한 일의 전조를 미리 내다보고 인간에게 알리는 신령스런 동물로 인식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세기에 출간된 한자 옥편 훈몽자회에는 개를 칭하는 한자로 견(犬)과 구(拘), 오(獒), 방(尨)등을 구분합니다.
구는 작은 개, 견은 조금 큰 개, 오는 큰 개, 방은 털이 긴 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19세기에 출간된 유희의 [물명고]에는 우리 개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1. 삽살개 - 대마 섬유가 깊게 늘어진 것 같은 장모의 개
2. 바독개 - 꽃처럼 눈에 띄거나 바둑알처럼 희고 검은 무늬가 있는 얼룩개
3. 더펄개 - 사자처럼 두상이 크고 털이 많은 개
4. 발발이 - 페키니즈를 닮은 소형 장모종 개
지금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전통 토종개의 모습은 조상들의 그림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초기 왕손 이암이 그린 모견도(母犬圖)는 그 대표적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누운 귀에 순한 표정의 어미개가 세 마리 다른 색깔의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을 담고 있는데, 어미개의 목에 걸려있는 화려한 목걸이를 보면 당시 왕가에서 길러진 개였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18세기에 그려진 작자미상의 맹견도(猛犬圖)는 개와 배경의 사실적 묘사가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집 기둥에 사슬로 묶인 채 뜰에 누워 쉬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당초 김홍도의 작품으로 알려져 오다 해방 후 작자미상으로 정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국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영조 때 경암 김익주가 그린 응수도에 나오는 검둥개는 그 크기와 모양이 진돗개를 닮아 있습니다.
위로 말린 꼬리와 뾰족한 귀, 매서운 눈매가 사냥개의 기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 그림을 많이 남긴 대표적 화가로는 조선조 후기에 활동한 남리 김두량이 손꼽힙니다.
그가 그린 흑구도(黑狗圖)는 개의 표정과 발 동작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견도(見圖) 역시 털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살아있는 개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조선 후기 대 화가인 오원 장승업은 '쌍구도'와 8폭의 영모화 중 한 폭에다 오동나무 아래서 달을 보고 짖고 있는 황삽살개를 그렸고, 조선 후기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모구양자도'에 중국의 시츄를 닮은 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의 그림에 나와 있는 전통 토종개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일제가 1940년부터 견피수집목적으로 토종개 박멸정책을 시행하면서 전국적 도살을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1938년 일제는 아끼다를 닮은 진돗개를 천연기념물 제 53호로, 1942년 풍산개를 128호로 지정합니다.
이후 지정한 두 견종 이외의 전국의 모든 토종개는 야견이라는 명목하에 절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죽어 간 숫자가 평균 1년에 10만 마리였고 많을 때는 50 만 마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나라가 멸망하니 토종개마저 일제의 만행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것은 매우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도살대상인 토종개 중에서 삽살개 몇 마리가 오지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경북대 하지홍교수등의 노력으로 삽살개가 멸종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개체수가 멸종위기를 극복하고 일반인에게 분양되고 있는 상황이니 매우 반갑고 기쁜일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남격합창단' 지휘자로 유명해진 박칼린 뮤지컬감독의 애견이 '해태라는 이름의 삽살개라고 하더군요.
삽살개의 의미는 '삽(없앤다 또는 쫓는다), 살(귀신, 액운) 개' 로서 곧 '귀신 쫓는 개'라는 뜻입니다.
삽살개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지장보살 김교각 스님과 삽살개(구산화 자료), 김유신 장군의 애견(설화) 등이 있고,
주로 귀족 사회에서 기르다가 신라가 망하면서 일반 백성들이 키우게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삽살개의 외모는 아래로 처진 귀, 긴 털로 덮힌 얼굴과 온 몸을 보면 마치 서양의 중형 장모종같이 보이지만,
삽살개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개로서 1992년 경산의 삽살개로 천연기념물 제 36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2012/03/06 - [강아지/애견상식] - 한국의 토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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