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언제나 노란 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던 개나리가 어느 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이 나라의 온 산야에는 개나리꽃이 가득한데 오직 우리 아파트에서만 볼 수 없다면 말이죠.
이 이야기는 어느 대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던 실화입니다..^^
봄을 맞아 아파트 정문길 양쪽 옹벽위의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때면,
매일 그 길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화사한 노란색의 꽃들이 마음을 밝게 만드는 향수가 되어 사람들의 온 몸에 내려앉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해 봄 오랫동안 향연을 베풀어 주었던 개나리가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듯' 개나리 나무는 그대로 있는데 꽃이 피지 않게 된 것입니다.
수양버들처럼 옹벽 아래로 부드럽게 늘어져 멋진 풍치를 보여주던 가지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짧게 다듬어져 홀쭉해진 나무들만 어색하게 변한 서로의 모습을 마주보며 남아 있는 거예요.
갑작스런 사건에 놀란 아파트 주민들의 웅성거림이 계속 커져갈 무렵 사건의 주범이 밝혀집니다.
바로 지난해 가을, 이 아파트에 부임했던 관리사무소장이었습니다.
아파트조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목관리인데 소장이 조경관리를 한다며 가지들을 쳐냈다네요.
다음 해 봄에 꽃이 예쁘게 필 것으로 예상하고 한 행동이겠지만 개나리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게 불행이었죠.
개나리 꽃눈은 보통 9월에 생기므로 가지치기는 봄에 꽃이 핀 이후부터 8월말 이전까지 해야 합니다.
즉 9월 이후에 가지치기를 하면 다음 봄에는 꽃을 볼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결국 그 해 봄 아파트 주민들은 오랫동안 친숙했던 개나리꽃을 만날 수 없었고,
일을 벌렸던 관리소장도 자신이 실종시켰던 개나리꽃처럼 머지않아 그 아파트를 떠나게 됩니다.
장미에 무심했음을 반성하던 어린왕자처럼 꽃을 보려면 그 꽃에 어울리는 배려가 필요한가 봅니다.
'자유인 >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 기독교인 부부의 폭력성 (0) | 2012.05.19 |
---|---|
아파트에서 생긴 일 1 화 - 두 남자의 결투 (0) | 2012.05.16 |
카드 권하는 사회 (0) | 2012.04.19 |
중고품 트럭행상의 재미있는 방송 (0) | 2012.03.12 |
침대쇼핑 후기 (2) | 2012.02.16 |
정신질환자와의 공존 - 미소짓기 두려운 사람! (2) | 2012.02.13 |
보건소의 재발견 (2) | 2012.01.30 |
도서관 책 훼손사례 11 (2) | 2012.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