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 사건은 서양사의 한 막을 장식했던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상징하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 사건이죠.
1894년 10월 프랑스군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스파이혐의로 체포됩니다.
독일대사관에서 몰래 입수한 정보서류의 필적이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외엔 증거가 없었음에도,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죠, 군법회의에서 종신유형 판결을 받고 기아나 악마도로 유배됩니다.
이 사건은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나 뭔가 잘못된 것을 안 삐까르 소령의 점화로 다시 주목받게 되지요.
재부각후 10년동안 프랑스여론은 재심요구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격전을 치른 후 12년만에 무죄판결로 마무리됩니다.
무죄판결까지 진실을 향한 지식인들의 죽음을 무릎 쓴 용기와 정의로운 활동의 전면에는 에밀 졸라가 있었습니다.
1898년 그가 로로르지에 발표하여 발행인 끌레망소가 제명을 붙인 '나는 고발한다'가 재심요구의 기폭제가 되거든요.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 관련자들을 비난하고 고발한 글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쓴 것이죠.
이 글을 계기로 프랑스 전체가 두 파로 나뉘어 국가가 흔들릴 정도의 심각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정의, 진실, 인권존중을 주장하는 드레퓌스파와, '군의 명예와 안보'를 내세우는 반드레퓌스파가 그것이죠.
반드레퓌스파의 주축은 군부를 주축으로 한 군국주의자, 반유대주의자, 카톨릭, 왕당파등이었지요.
특히 군국주의, 반유대주의 신문들은 허위사실을 조직적으로 날조하고 전파하며 여론선동의 나팔역할을 해 왔습니다.
1870년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무참히 패하고 알사스 로렌지방을 빼앗긴 후 안보위주, 군 위주가 된 상황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친 패거리들이 사건의 진실을 감추고 허위를 앞세워 일반 국민을 오도해 왔거든요.
'집단 애국의 탄생 히틀러'의 저자 라파엘 젤리히만이 책 속에서 이렇게 말했더군요.
"패배는 승자를 양성하는 학교다. 자신의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자세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프랑스 군부와 관련 기득권 집단은 전쟁패배라는 큰 실패를 당하고도 배운 것이 전혀 없었던 거죠.
이처럼 진실이 억압되어 안개속에 덮였고, 재심을 주장하며 나섰던 많은 이들의 용기가 꺾인 상황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전 생애의 창작생활을 통해 이룩한 모든 것을 걸고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진실과 허위의 투쟁, 공정한 재판과 정치적 압력에 따른 재판, 정의와 진실, 인권존중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던 거죠.
하지만 이 글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선동군중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아 결국 런던으로 망명을 떠납니다.
그럼에도 진실을 위한 소수의 노력은 지속되어 1906년 최고재판소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드레퓌스는 복직하게 됩니다.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을 소재로 '진실'이라는 소설을 집필하였으나 1902년 의문의 가스 사고로 삶을 마감합니다.
'나는 고발한다' 이후 생명의 위협을 많이 받았으므로, 우연한 사고인지 계획적인 범행인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의문사를 당한 셈이지만, 그는 드레퓌스의 은인인 동시에 프랑스대혁명의 가치를 지킨 프랑스의 은인으로 남았습니다.
복권되어 자유인이 된 드레퓌스는 졸라가 위대한 문인이 잠드는 팡테옹으로 떠날 때 은인의 길을 함께 했지요.
저자 니콜라스 할라즈는 헝가리 태생의 미국인으로 다양한 저술과 특파원 활동을 했고, 필력도 뛰어 나더군요.
역사적 사건을 권선징악을 다룬 소설처럼 재미있게 서술하여 감동과 함께 매우 흥미있는 책으로 만들어 냈거든요.
충격적인 일은 이렇게 좋은 책이 절판되어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서가에서 꺼내 다시 읽었는데, 최근에 출판된 증보판이 있는지 찾다가 알게 되었지요.
진실과 정의!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가치가 큰 이 책의 절판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참고로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조작사건' 이죠.
1991년 5월 8일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했습니다.
검찰은 분신한 김씨의 전민련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 주며 김씨의 자살을 방조했다고 발표했지요.
검찰은 국과수 필적 감정을 토대로 강씨를 기소했고, 강씨는 자살방조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지요.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2008년 1월 해당 사건에 대해 재심이 청구되었고 고등법원을 거쳐 현재 대법원에서 재심을 개시한 상황입니다.
국가만 다를 뿐 전개과정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고 있죠. 결과가 기대됩니다.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중
"그들이 진실과 정의에 감히 도전하였으니 나 역시 도전해야겠습니다.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합니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이 지하에 묻히면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이내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가장 먼 곳까지 재앙을 미치게 할 지뢰를 매설했는지, 아닌지를...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내가 법정으로 끌려 간다해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다만, 청천백일하에서 나를 심문하도록 하십시오! 나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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