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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오드리 헵번 스토리

 

  그동안 상영되었던 많은 영화중에서 '로마의 휴일'만큼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오래남는 영화는 없었지요.


벨기에 출신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으로 1955년도에 국내 개봉이후 여러번 본 영화였죠.


대사관을 탈출한 공주가 시내 미용실에서 짧게 커트한 장면, 로마관광하는 장면등등, 참 재미있었거든요.

 

매우 인상적인 헵번의 헤어스타일은 당시에도 대단했었지만 요즘도 미용실 전면에 붙여놓은 곳이 있더군요.


오가며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생명력있는 여배우에 대해 사색하면서 세월을 넘는 매력에 감탄하곤 했었죠.

 

 

 

 

 

 

 미용실 사진이 일깨워 준 멋진 여배우에 대한 회상으로 이 책에 일주일동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순수하고 상큼한 공주로 출연한 오드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아카데미 10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히트작으로 영국의 무명 여배우였던 그녀앞에 새로운 문이 열린 것입니다.

 

 

 

 

 


  이후 그녀의 영화인생은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며 속칭 돈방석에 앉게 되지요.

 

캐스팅 되었을 때 유명한 여배우 캐서린 헵번과 혼동되지 않도록 성을 바꾸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죠.
이때 그녀는 "당신이 나를 원한다면 내 이름도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라는 말로 근성을 보였습니다.
사실 '헵번'이 부친의 진짜 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굳이 고집부릴 이유는 없었다는 점에서 의외였지요.

 

 

 

 

 

 

  나치에 관여했던 부친과 어린 시절에 헤어져 편모 슬하에서 성장해야 했던 유년시절의 외로움,
2차대전말 나치점령하의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연명하다가 중병을 얻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야기,
때문에 그녀가 종종 거식증으로 고생한 이유는 전쟁 동안 겪은 영양실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발레를 배웠지만 167㎝라는 큰 키로 포기하고 영국의 나이트클럽에서 단역배우로 활동해야 했던 어려움,
그것은 여배우로 성공한 이후에도 오만하지 않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게 만든 내면의 아픔이었을 거예요.

 

 

 

 

 

 

  평소 차분하고 침착한 성품이지만 항상 외로움을 느끼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눈에 들어 옵니다.
헵번보다 12살 연상이며 세번째 결혼이 파경위기에 몰려있던 미국의 중견배우 멜 퍼러 였죠.

 

다재다능한 멜 퍼러와의 결혼생활에서 오랫동안 원하던 아들 션을 얻고 기뻐하지만 13년만에 이혼한 후,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 안드레아 도티와 재혼하여 아들 루카를 얻고 얼마후 파경을 맞게 됩니다.
이후 유사한 아픔을 겪은 전직 배우 로버트 월더스가 마지막 남자로 그녀의 임종을 지키게 되지요.

 

영화팬들이 오드리 헵번의 순수한 우아함에 몰입되어 있는 동안에도, 그녀의 삶은 치열하게 펼쳐졌던 거죠.
마치 백조의 우아한 모습 뒤에는, 물속에서 부지런히 헤엄치는 두 발의 분주함이 있는 것처럼요.

 

 

 

 

 

 

  다른 여배우라면 은퇴하고 편히 쉴 나이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어린이를 위해 헌신했던 오드리 헵번!

 

1988년 3월 8일 1년에 1달러외에 어떤 보수도 받지 못하는 친선대사에 임명된 이후,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등 내전과 기근으로 어린이들이 죽음에 몰린 지역에 50번이상 구호여행을 떠납니다.
영화배우 시절에는 인터뷰를 극구 피했던 그녀가 기금모금을 위해 하루에 15번이나 인터뷰를 하면서 말이죠.

 

함께 활동했던 유니세프 직원에 따르면, 오드리는 자발적인 봉사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명성을 빌려주어 어린아이들을 지원하는 유니세프 일을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구호여행중 과로와 연민, 충격적인 실상을 접한 고통과 스트레스로 만년의 삶을 단축한 게 아닌가 싶어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선과 선행에 몰입하던 그녀는 남은 생명을 불꽃처럼 완전히 태우고 떠났거든요.


죽음이 부르기 1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들 션에게 읽어 준 존경하는 작가의 시처럼 살다 떠난 거죠.

'한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손이다.'

 

 

 

 

 

 

  이 책의 저자 알렉산더 워커는 영화배우에 관한 전기를 20여권이상 저술한 작가로서의 원숙미를 보여 줍니다.
오드리 헵번의 인생행로를 가족사, 영화제작의 뒷 이야기, 종교관과 사생활등을 아주 재미있게 전개하거든요.

저자는 오드리 헵번과 관계한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다양한 자료를 취합하여 멋진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책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아마 몇 편의 영화를 보는 시간을 들여야 읽어낼 수 있는 책이 되었죠.
영화등 연예계에 관심가진 분들은 물론 인간적인 삶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최적의 책이 아닌가 싶어요.

 

재테크에 능한 연예인들이 뉴스가 되는 시대, 오드리 헵번의 삶은 책을 덮은 후에도 감동으로 머무르네요.
스위스의 설원과 흰색 장미꽃을 가장 좋아했던 여성, 지극히 인간적인 그녀의 삶을 한동안 떠올릴듯 합니다.

 

 

 


 

 

 어느 이재민수용소에서 그녀는 한 어린아이가 혼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오드리가 그 소녀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그 소녀가 말했다.

 

"살아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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