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글자를 배우고 쓴 이래로 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왔지만 눈 밝은 고전은 흔하지 않죠.
그러한 고전중에서 읽은 것과는 무관하게 많은 이들이 거의 알고 사용하는 구절중 하나는,
손자병법 모공편 결론부분에 나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일 거예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읽을 때마다 되새기게 되는 글이죠.
이 구절은 손자병법의 가장 유명한 구절이면서 동시에 추상적인 손자용병론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 구절뒤에 이어진 구절까지 덧붙여 읽어보면 깊은 사색의 화두를 가슴에 안게 되더군요.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가 반반이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때마다 위태롭다.' 정말 대단하죠!
이 책은 춘추시대말 2,500년전 인물인 손무가 저술하여 오늘날까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산입니다.
제나라에서 오나라로 망명한 손무가 이 책을 언제 저술했는지, 말년은 어떠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수많은 무장들과 제왕들이 곁에 두고 읽으면서도 저자의 실존여부조차 알지 못했던 책이었거든요.
손무에 관한 가장 빠른 역사적 기록은 사마천의 '사기'에 실린 '손무열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존인물이 아니라며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1972년 4월 고고학 발굴로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죠.
중국 산동성 임기현 은작산의 한나라 시대 고분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죽간이 출토되었는데,
한나라시대의 오래된 죽간더미에 섞여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동시에 발굴되었거든요.
이러한 사연을 지닌 손자병법은 옛부터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무장들이 읽고 참고한 필수교재로 자리잡았고,
현대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서양국가들이 연구하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자병법이 고전의 품격을 가진 이유는 원래의 병법서를 넘어 그 쓰임새가 무한하기 때문일 거예요.
병법서인만큼 군대는 물론 국가경영과 수많은 분야, 다양한 인생 전반에 걸친 지침서가 되었거든요.
때문에 손자의 품위있고 격조있는 문체에 담긴 사상을 각자의 입장에서 사색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손자 용병의 중심사상인 '항상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여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에 생각이 멈추더군요.
즉 병법서임에도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평화적 방책을 주장한 점에 깊이 동감하게 되거든요.
특히 허실편 '한가지 용병법에 집착하지 않고 적과 상황에 따라 무궁한 형을 전개해가며 승리를 챙취한다.'는, 구절은 적과 상황을 각자가 처한 대상과 주위환경에 대입하면 남다른 해결책을 찾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사고는 반드시 이로움과 해로움에 두루 미쳐야 한다는 금언은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싶더군요.
2,500년전의 책이라 병법에는 모두 적용할 수 없겠지만 인생 지침서로서의 가치는 영속하리라 봅니다.
현재 13편이 전해오고 있는데 은작산에서 발굴된 부분이 연구중이라 내용이 더해 질런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해석하고 각장마다 평설한 김광수는 육군사관학교 교수이며 현역 육군 중령입니다.
단순한 구절의 해석을 넘어 과거 치러진 수많은 전쟁들을 사례로 적용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크더군요.
어휘풀이와 해석이 충실하게 되어 있어서 한자를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요즘 책읽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죠. 고전은 가을에 읽을 때, 잘 우려낸 차맛처럼 깊은 묘미가 있습니다.
* 장수의 위태로운 자질 다섯가지
1.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용기만 내세우는 장수
2. 위기에서 용기가 필요할 때 비겁하게 도망가는 장수
3. 신중하지 못하고 성내어 급히 일을 처리하는 장수
4. 지나치게 성품이 깨끗하기만 해서 임기응변이 없는 장수
5. 지나치게 병사들을 사랑하여 과단성이 없는 장수
-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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