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세운 나치정권의 본질과 시민의 삶을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나치시대 독일인들의 초상, 나치에 대한 공감과 추종, 비난, 공포, 투쟁의 장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영국의 역사전문가인 매트 휴즈와 크리스 만의 공저로 그동안 출판된 책들과 시각이 많이 다르더군요.
히틀러의 독재적 인간성이나 유대인 대량학살, 나치정권의 국민세뇌공작등에 초점을 맞춘 책들과 달리,
나치시대 독일국민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 갔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물론 역사에 완전한 객관은 없겠지만 사실과 증언을 구성하는 서술적 면면에 동감하며 읽게 됩니다.
예전 히틀러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왜 독일국민들은 독재에 저항하지 않았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저자들은 그러한 원인을 국민의 작은 저항에도 잔혹하게 대처했던 나치정권의 강한 압박과 더불어,
바이마르정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경제를 일으킨 나치에 대한 공감과 추종도 원인으로 들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히틀러를 제거하기 위한 군내부의 행동은 여러번 있었는데 대학생들은 어떠했을까요?
안타깝게도 뮌헨대학생들이 만든 '백장미단'의 중심인 한스와 조피 숄 남매의 투쟁이 유일합니다.
나치정권에 대한 독일국민들의 추종기가 끝나고도 자발적인 공포로 인해 저항이나 투쟁은 없었던 거죠.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자연은 말못하는 동물들에게도 자유를 주지만 용기는 인간에게만 준 선물"이라고
했는데, 나치정권이 득세하던 시기의 독일국민들은 자연의 선물을 활용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한 셈이지요.
숄 남매는 시위나 총을 든 것도 아니고 단지 교내 일부에 전단지를 뿌렸다는 이유로 처형당합니다.
죄에 비해 잔혹하게 심한 처벌, 독일국민들이 저항의 의지조차 갖지 못하고 굴종한 큰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조피 숄은 처형당일 동료 수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죽는 것은 상관없어. 우리의 행동으로 수천명이 각성한다면 말이야. 학생들이 반란을 일으킬거야."
과연 조피의 기대처럼 동료 대학생들이 숄 남매의 정권반대 투쟁소식을 듣고 반란을 일으켰을까요?
그날 밤 대학 학생회 주관으로 3,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인 나치지지집회가 열렸습니다.
숄남매를 비난하는 대학 교직원의 연설에 학생들은 발을 구르는등 기립박수로 호응했을 뿐입니다.
나치에 저항한 소수 독일인 중의 한사람인 고백교회 니뮐러목사는 히틀러의 직접 지시로 체포되어 수용소로 갑니다.
독일국민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하지 않는 상황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지요.
"처음 나치가 유대인을 공격할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반대하지 않았다.
나치가 가톨릭을 박해할 때에는 가톨릭 신도가 아니어서 반대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탄압할 때는 노조원이 아니라서 반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보디 막상 내가 공격대상이 되었을 때는 반대해줄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나치정권은 합법적인 정권이었고 히틀러가 자살할 때까지 국민의 힘에 무너지지 않은 정권이었습니다.
국민 수백만명을 전선에서 죽이고 유대인 600만명을 가스실로 보내는 극악한 독재정권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책은 불의와 독재에 저항하지 않는 국민에게는 오직 죽음과 고통뿐임을 명백하게 보여 줍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위에서 잠만 잘 때 나라는 독재자의 탐욕으로 인해 패망으로 간다는 사실을 말이죠.
최근 19대 대선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후보로 나오면서 인혁당 사건등 독재정권의 실상이 재조명되고 있더군요.
역사는 잘못된 과거를 알고 반성할 때 의미가 있고, 현재의 반성아래서만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상 가장 잔악한 독재정권과 국민의 삶을 다룬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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