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에서 유래된 같은 신을 믿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벌인 정면 충돌의 역사는 실로 오래되었지요.
그 중 두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벌어진 십자군전쟁은 가장 상징적인 충돌일 것입니다.
십자군 전쟁은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프랑스 중부의 클레르몽에서 선언한 1095년에 시작하여,
1291년 이집트 맘루크왕조에 의해 아코가 함락될 때까지 8차에 걸쳐 진행된 역사상 대운동이라고도 하죠.
'로마인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오노 나나미가 이러한 십자군전쟁을 3권으로 정리했더군요.
지난번에 1권과 2권에 이어 3권까지 모두 챙겨 읽어 보니 저자의 대단한 필력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다수 인물들의 욕망과 의지를 분석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솜씨에 시간을 잊게 되더군요.
1권과 2권에 비해 3권은 클라이막스를 향한 부분이라 그런지 한층 재미있고 책을 계속 잡게 합니다.
책 두께는 1권과 2권을 합한 정도로 두꺼웠지만 읽다보니 어느새 끝부분에 닿을 정도로 참 재미있더군요.
역사소설이 아닌 역사서설로 보고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이야기는 언제나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리처드와 살라딘, 프리드리히 2세와 알 아딜, 그의 아들 알 카밀등 양쪽 지도자들의 면면도 다채롭지만,
기독교측에서는 성지수복이지만 이슬람교측에서는 성지방어라는 상대적인 스토리가 매우 흥미있습니다.
세계사 교과서에서도 보셨겠지만 십자군운동, 즉 십자군 전쟁의 최초 주창자는 교황이었습니다.
즉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가 1077년에 당했던 '카놋사 굴욕'시 교황의 위세는 하늘높이 솟구쳤지요.
'교황은 태양이요, 황제는 달이라고' 교황 자신이 선언하면서 속세의 왕들위에 군림했던 시기였거든요.
하지만 십자군원정 후 교황이 프랑스 왕에게 납치되는 '아비뇽유수'로 교황의 위세가 추락하게 됩니다.
8차에 걸쳐 성지수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신심깊은 사람들을 보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십자군 원정!
누군가, 아니 기독교인들의 등을 떠민 교황이 책임져야 하지만 아무도 책임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옳은 전쟁이었기 때문에 굳이 교황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옳은 것만 말하는 신이 바란 일이니 옳은 전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의 존재가 후퇴한 뒤에도 '옳은 전쟁'만은 남았다.
아니 적어도 이 정도는 남기고 싶다고 인간이 생각했기에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더군요.
명백히 실패한 전쟁으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교황의 면죄부가 과연 최선이었을지 궁금해 집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전쟁은 어떤 전쟁보다 훨씬 잔인하며 인간성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거든요.
그럼에도 완결되지 못한 십자군전쟁의 영향인지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종교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9.11테러에 의한 미국의 이슬람국가 공격 및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끝없는 전쟁처럼 아무도 끝을 모릅니다.
과연 두 종교 신자들의 전쟁이 언제나 끝날지 그들의 신만은 아실지, 궁금해 집니다.
이 책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생으로 올해 75세가 넘는 고령입니다.
상당한 고령임에도 배우고 집필하는 열정을 보면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생 스스로 일궈 온 삶의 방식을 정리한 저자의 말에 동감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는 살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지금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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