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리마다 현수막이, 벽에는 후보자 얼굴이 붙어 있더군요.
다시 찾아온 선거의 계절을 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리영희 선생의 평전이 생각납니다.
최근 몇 년동안 우리나라 정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진성을 다시 보여주고 있어 양심가진 국민의 일원으로 가슴에 서늘한 추위를 느끼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거든요.
언론인이면서 교수였지만 비민주 집권세력으로부터는 '의식화의 원흉' 으로 지목받아 수 차의 해직과 복직, 옥고를 치르면서 오랜시간 고통을 당했던 리영희의 일대기가 정리된 책입니다.
저자 김삼웅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선생의 삶을 차분하게 담아내어 평전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현대국가에서 가장 중요하며 계속 지향해야 할 요소는 개인의 인권과 민주주의입니다.
인권과 권력층 교체를 가능케 하는 민주주의가 없다면 진정한 현대국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캄캄한 굴속에 살면서도 굴 속이 어두운 곳인지조차 모르던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등 독재정권들의 실태와 미국이라는 고마운(?) 나라의 실체,
베트남 전쟁의 참모습등을 용감하게 가르쳐 준 양심과 도덕의 스승이 바로 리영희선생입니다.
그 분이 저술한 여러 책을 보면서 느꼈던 충격이 이 평전을 읽노라니 다시 새롭게 떠오르더군요.
미국을 도덕적이고 아름다운 나라로만 알던 이 나라 미개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 책들,
[전환시대의 논리], [베트남 전쟁], [우상과 이성], [역정-나의 청년시대]등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수 천억을 횡령한 독재정권의 수장이 피로 지킨 이 땅을 버젓이 활보하고,
여전히 세계정세를 읽지 못하고 미국의 품속에서만 꿈꾸려는 자들이 득세하며,
뜨거운 피와 땀으로 찾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명박정권의 만행을 보면서,
리영희 선생의 서거는 가슴아프게 저며 오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 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 생업에 대한 독재권력의 회유와 양심사이에서,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아프고 고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선생은 항상 양심을 택했습니다.
그로 인해 선생의 부친은 병원조차 가지 못한 채 선생이 옥고를 치르는 도중 운명했으며,
부인은 막노동으로 시어머니와 자식을 부양하는등 항상 생계의 압박에 짓눌려야 했습니다.
평생을 일관한 가장의 양심과 진실추구의 결과로,
가족은 선생이 60대에 접어들어서야 온수가 나오는 집에서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10억 만들기' 나 '부자 아빠' 어쩌구 하는 시대상이기에 선생의 삶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납니다.
아무도 갈 수 없고 거의 가려고 하지도 않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을 온전히 가셨기에,
선생은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며 양심의 참 행동인으로서 억겁이 가도 기억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선생의 책을 전혀 읽지 않았거나 자본추구에 여념이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안락과 권력, 금력에의 지향을 거부하고 양심과 도덕, 진실을 지향하는 삶이 분명 힘들고 고되지만,
그러한 삶의 자세가 이 세상을 얼마나 비옥하게 만들어 왔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김삼웅
또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은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시대 사람들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양심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현 정권에 의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애통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4.19의거나 5.16쿠데타등 역사의 계곡에서 용감히 하신 일을 단지 '1인분'의 역할이었다고 하실 때,
살아 남은 자들에게 최소한 '1인분'의 역할을 감당해 주길 바라신 것으로 느껴지더군요.
'생활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에머슨의 글로서 리영희 선생이 가훈으로 삼아 평생 실천했던 덕목입니다.
부여받은 생명에 한 조각 부끄럽지 않도록 선생이 지켜온 삶의 역정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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