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주위에 머물러 있지만 특별한 경우외에는 거의 잊고 사는 존재중의 하나가 식물입니다.
매끼마다 식물을 먹고, 가로수와 꽃등 다양한 식물들을 접하면서도, 공기처럼 당연한 대접을 해온 거죠.
공기처럼 사람 삶의 필수적인 식물이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평소 식재료나 자연의 일부로만 알던 식물이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라니, 제목이 꽤 도발적이더군요.
제대로 된 한 권의 책을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식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참 인상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경디자이너인 저자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 온 식물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내고 있거든요.
식물중에서 16세기에 네덜란드에서 투기열풍의 대상이었던 튤립부터 우리나라의 진달래, 연꽃, 버드나무등을 지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까지 우리나라와 서구에서 주목받았던 식물들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죠.
특히 우리나라와 서구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나무들이 이유없이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신화속의 나무들은 오래된 이야기를 꾸미는 단순한 재료가 아닌 특유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웰빙열풍으로 인해 몸에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차원이 아닌 아주 오랜 옛날의 본질적 자취를 찾으면서 말이죠.
사실 태초에 인간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식물이 있었습니다.
'아담과 이브이야기'에서 보듯, 아담이 생겨나기 전부터 에덴동산에는 선악과와 생명의 나무등이 가득했거든요.
서구와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속에는 거의 나무등 다양한 식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소 무관심하게 대해 온 식물에 내포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신비로움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튤립이나 후추등이 주인공인 역사적 사실들과 동서양의 신화를 오가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의 강을 따라가니,
마치 그동안 몰랐던 오래된 연인의 감춰진 모습을 알게 된 것처럼 즐거운 마음이 가득차더군요.
본래 식물관련 책은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외에는 흥미있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 겁니다.
그런 점에서 평소 무관심했던 나무, 식물에 대한 관심을 확 일깨운다는 점에서 참 놀라운 책이라고 봅니다.
더우기 2억 7천년전에 지구에 나타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은행나무를 보면 강한 생명력에 경이를 느낍니다.
은행나무의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품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놀랍게 발전해 왔다는 인간의 과학수준이 얼마나 왜소한 수준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태초에 식물이 있었습니다.
자연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막내 인간종의 음식과 약으로서, 모든 생명 유지의 근원으로서 말이죠.
때문에 책읽기를 끝내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식물과 만날 때마다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식물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 같다."
즉, 식물의 혼이 인간의 혼과 교감하면서 인간사를 은밀히 지배한다는 해석에 귀를 열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책 표지에 '2012년도 문화체육부 우수교양도서'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맞습니다. 우수교양도서 자격 충분합니다.
저자가 식물과 교류하면서 느낀 경이로움을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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