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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도서리뷰

월든

 

  세상 참 바쁘고 빠르게 돌아 갑니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은 더 이상 일도 아니죠.


때문에 오래된 고전을 읽는다는 것, 더우기 인생에 대해 천천히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변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삶의 기본 원칙은 항상 살아 있습니다.

 

이 행성에서 먼저 살다 간 사람들,

그중에서 지구에 각인될 만한 위인들의 사상과 책은 높은 가치가 있거든요.

 

  인류의 보석, 불멸의 고전층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참 특별한 책입니다.


월든은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저술가이자 사상가인 소로우의 출세작이며 대표작이거든요.

 

 

 

 

 


소로우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에 대한 선호, 사회와 정부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유명하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소로우는 형과 함께 사립학교를 세워 한동안 교사 생활을 했을 뿐,
목수, 석공, 조경, 토지측량등 시간제 노동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과 독서, 글쓰기에 보냅니다.

"독서는 고귀한 지적운동"이라고 표현한 그대로의 생활을 자신의 삶속에 일관적으로 그려나갔던 거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다른 친구들처럼 부와 명성을 추구하지 않고 직접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평소 꿈꾸어 온 숲속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29세의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동안 삽니다.

 

 

 

 

 


  그처럼 독특한 삶의 방식에서 태어나 세상에 인사를 드린 책이 바로 [월든]이지요.
때문에 월든은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숲생활을 하며 느낀 대자연과 삶에 대한 성찰이 가득합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호숫가의 모습과 주위에 사는 동물들,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등을 읽다 보면,
저자의 생생한 표현력에 마치 그가 묘사하는 대상을 바로 앞에서 마주하는 상상을 하게 되더군요.

 

월든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여유와 자연의 위대함을 가슴속으로 심호흡하는 것과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854년 저자의 8차에 걸친 수정을 거쳐 초판 2천부가 출간된 월든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문명사회의 덫에 걸려 부와 명성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탐욕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관심을 받기 어려웠겠죠.

 

이후 이 책의 진가인 저자의 수려한 문학적 필치와 철학적 사색의 영향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19세기에 쓰여진 가장 중요한 책들중의 하나로 평가받게 됩니다.

 

 

 

 

 

대개의 고전이 그렇듯 월든은 소로우에게 깊이 공감한 번역자가 오랜 노력을 들였음에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저자가 느끼는 사색의 수준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철학적 깊이가 만만치 않은 책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자연과의 교감을 넘어 동물적 동감의 위치에서 예찬하는 소로우의 문학적, 철학적 사색은 참 놀랍습니다.
월든 호숫가를 찾은 봄을 표사할 때는 "부드러운 설득력을 가진 '해동'이 망치를 든 '우뢰의 신' 토르보다 힘이 더 세다. 전자는 살살 녹이지만 후자는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뿐이다."라는 멋진 묘사를 하고 있지요.

 

채식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접할 때는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인류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육식의 습관은 결국엔 버리게 될 것이 인류의 운명임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야만족들이 비교적 개화된 민족들과 접촉하게 되면서 서로를 잡아먹는 식인습관을 버린 것 만큼이나 확실하다."

 

"철학교수는 많지만 철학자는 없다"며 자연철학자로서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간 자유인, 소로우!

 

 

 


그의 죽음은 자연을 사랑하는 철학자로서의 마무리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한의 날씨에 숲에 들어가 나무의 나이테를 세다가 치명적인 결핵에 걸린 그는 45살에 마지막 숨을 내쉽니다.

 

당시 결핵으로 깊은 고통을 받고있던 소로우를 병문안 갔던 한 친구에 따르면,
"그처럼 큰 기쁨과 평화로움을 가지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죠.

 

평소 인도 철학에 심취하고 공자와 맹자를 즐겨 인용했던 소박한 철학자 소로우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의 모습은 그의 평소 삶의 모습과 같다."던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즉 평소 탐욕에 가득찬 삶을 살던 사람은 죽음에 임박해서도 삶을 더할려는 탐욕에 매달리곤 한다네요.

 

소로우의 멋진 문장을 소처럼 되새김하며 삶의 기본원칙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수레와 헛간으로 피할 때 그대는 구름 밑으로 대피하라.
밥벌이를 그대의 직업으로 삼지 말고 도락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마라."
진취성과 신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농노처럼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생업에 바쁜 도시인의 삶속에 자연의 신선한 공기와 삶의 여유를 공급해 줄  [월든] 참, 좋은 책 입니다.

 

 


"나는 큰 즐거움을 가지고 [월든]을 읽었으며 그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 마하트마 간디


"월든 호숫가에서 지낸 소로우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간소하게 살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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