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각계인사들의 추천도서목록을 정리한 책을 읽던중 이 책의 제목을 접했습니다.
강제수용소라는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노예처럼 살다 돌아온 사람이 직접 저술한 책으로 유명하지요.
저자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며 이 책은 증언문학의 고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명시하고 있더군요.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이 모두 허구가 아님을 밝히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으리라."
인간이 무수한 동족에게 고의로 행한 극악한 잔인함이 결코 소설이 아님을 명백히 확언하고 있는 거죠.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자행한 제 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저자는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가 독일군에 잡혀서 아우슈비츠로 이송됩니다.
화학공장이 붙어 있는 제3수용소에서 1943년 12월부터 1945년 1월까지 노예보다 못한 생활을 보내게 되지요.
저자처럼 폴란드 아우슈비츠 제 3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독일군이 의도한 노역, 허기, 추위, 갈증, 물자부족등 일상의 절박함은 수용소에서의 삶을 결정짓지만,
수용된 사람들의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놓아 감히 자살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순을 내포합니다.
폭력과 기아, 죽음이 일상화된 수용소에서 인간은 그저 살려고 할 뿐 가해자들에게 전혀 저항하지 않습니다.
독일이 전쟁에 패해 수용소에서 물러갈 때까지 신도, 신의 섭리도 없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말이죠.
이처럼 수인들은 극한의 삶을 살며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극도의 영양실조와 과도한 노동, 극악한 대우로 수인들의 평균 수명이 3개월에 불과했음에도 말입니다.
저자는 그러한 인간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이나 그후에는 자살에, 자살할 생각에 가까이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수용소안에서는 아니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의 길로 떠난 강제수용소에서 1년만에 살아나온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게 됩니다.
"선의 희미한 가능성,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고 말하면서 말이죠.
화학전공자로서의 실력과 운으로 살아남은 저자는 평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음에도,
자신의 체험과 기억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관련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자 글을 썼다고 말하고 있더군요.
수용소를 가득 채웠던 다양한 인간군상들에 대한 체험과 관찰을 정돈된 언어로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마음에 수시로 떠오르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내용을 적절하게 갈무리하면서 말이지요.
자신이 당했거나 직접 보고 들은 사실임에도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를 전혀 보이지 않은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유는 독일 친위대가 직접 수인들을 접하지 않고 하수인들에게 모든 일을 맡긴 간접관리방식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자는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으면서도 독일 친위대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출소후 40년에 걸쳐 저자는 강제수용소에 관한 이 책을 포함해 다수의 저술을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하지만 증인으로서의 삶도 저자의 불안과 절망을 줄이지 못한 것인지,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자살 사례가 드물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저술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저자의 갑작스런 자살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지요.
토리노시 공동묘지에 있는 저자의 묘에는 174517이라는 수용소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왼쪽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바로 그 수인번호라네요.
이처럼 극악한 만행을 저지른 주범 아돌프 히틀러, 그는 쿠데타가 아닌 합법적 선거로 선출된 독재자였습니다.
유대인 6백만과 자신을 지지한 수백만의 독일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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