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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사회이슈

제천화재참사, 총체적 부실 경악


  지난 21일 제천에서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36명에 달하는 참사인데요,

일상의 삶을 누리다 급작스럽게 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날 방문한 문재인대통령에게 유가족들은 이렇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게 없다’  


  맞습니다, 청와대 얼굴만 바뀌었을 뿐 우리 사회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법적 적폐청산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을 뿐 잘못된 관행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국정농단의 공범인 야당과 보수언론등 기득권세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제천화재를 다룬 기사 하단의 댓글을 보면 속칭 댓글부대의 활약(?)을 짐작하게 합니다.

세월호와 다를 바 없다며 박근혜를 두둔하는 엉뚱한 내용이 일률적으로 보이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를 호도하며 여론을 왜곡하는 사악한 프레임이 엿보여 씁쓸해 집니다.





  제천화재는 지난 9년의 나쁜 권력이 국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친기업, 친자본 수익개념에 천착하여 안전을 위한 관리를 외면한 이유가 크기 때문입니다.


안전관리는 수익과 거의 무관한 부분으로 늘 수익에 매달리는 자본은 별로 환영하지 않습니다.

안전은 규제를 강화해야 하므로 자본이 좋아하는 규제완화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거든요.

세월호 또한 규제를 철저히 했다면 그 날 항해에 나설 수도 없었다는 점을 떠올려 봅니다.


사람도 평소 면역력이 좋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듯이 건물도 자체 대응력이 강해야 합니다.

화재가 발생한 휘트니스건물을 보면 그동안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더군요.

건물의 내화성이 강했다면 대형화재로 발전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필로티 구조인 건물 외장재가 공사비절감이 목적인 드라이비트라 화재에 매우 취약했고,

화재시 가장 먼저 작동해야 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초기진화가 불가능했습니다.


매년 관리해야 할 소화기는 10년이 넘은 것도 많았고 방화문도 미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유도등이나 경고등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비상문은 수납장에 가로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총체적인 건물의 취약성과 관리부실이 화재를 키워 대형참사를 일으킨 것입니다.


더욱 참담한 것은 관리자가 대피유도라도 제대로 했다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20명이 희생당한 여성사우나실에 화재발생을 미리 알렸다면 그렇게 스러질 수는 없습니다.





  과거 10여년간 건물관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안타까운 심정을 참기 어렵습니다.


생명은 불가역적인 존재라 소중한 것이며 그래서 무엇보다 귀하게 다뤄져야 할 대상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제천화재참사에서도 세월호참사의 교훈을 전혀 배우지 않은 듯합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도피한 것처럼 제천화재의 관리자들도 그러했습니다.

세월호와 달리 소방당국은 신속하게 나섰으나 불법주차에 가로막혀 시간만 허비했는데요,

초기 구조 미흡을 비난하는 유가족의 주장을 감안하여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도 화재에 취약한 전국의 많은 건물들이 관리까지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 있으나 또 다시 소를 잃을 수 없기에 분투해야 합니다.





  안전을 돈과 바꾸는 사회의 풍조를 개선하여 생명제일의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생명은 돈을 만들 수 있으나 돈은 아닙니다.


촛불혁명이 만든 현 정부는 과거의 관행을 개선하여 안전제일의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또한 안전보다 자본의 수익을 중시하는 곳이 어딘지 파악하여 투표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을 위한 국민의 수준이 바뀌지 않으면 잘못된 관행이 쉽게 개선되기란 어려울 겁니다.

제천참사가 세월호 이후 과도기에 발생한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되기를 거듭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