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시인에서 고양이 시인으로 불리는 이용안의 고양이 다큐로서 시골에 정착한 저자가 마을 곳곳에서
만난 고양이들과의 사연을 정리한 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고양이 영역지도와 함께 등장 고양이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어,
흡사 소설을 펼친 듯한 착각속에서 흥미와 기대를 갖고 다음 장을 열게 됩니다.
저자의 집에 사료를 먹으러 오면서도 보스 특유의 당당함과 도도함을 갖춘 '바람이'를 비롯해,
삼총사의 달타냥을 연상시키는 '달타냥', '봉달이와 덩달이', '여울이', '까뮈'등등 이름이 참 예쁩니다.
처음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배달하는 저자를 경계하던 고양이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점점 친해지는 과정을 보면 종만 다를 뿐 기본적인 심성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바람이가 사료를 주는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새를 선물하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새를 죽여서 주었다가 나중에는 기절만 시켜 주는 등 받는 이를 배려하는 자세가 느껴졌습니다.
사냥 실력이 좋지 않아 아주 힘들게 잡았을 새를 기꺼이 선물하는 고양이의 마음이 신비롭더군요.
마을 곳곳에 터전을 마련하여 사랑도 하고 새끼를 기르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이상하기는 커녕 매우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이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이겠죠.
인간의 잔인함에 희생된 성격좋은 '봉달이' 와 삶의 터전인 축사를 떠나야 했던 고양이가족들의 힘든 삶,
희귀 기생충에 감염되어 끝내 고양이 별로 떠난 바람이의 묘생이 애잔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개보다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어 길냥이로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인간이, 사랑이 필요합니다.
고양이 혐오인들의 온갖 방해에도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배달해 주는 캣맘들의 사랑이 가슴에 닿더군요.
길에서 살아가는 시골 고양이들의 생로병사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룬 다양한 사연들과 더불어,
등장 고양이들의 재미있는 사진과 많은 삽화를 넣어 즐거운 볼거리가 매우 많은 책입니다.
책에 올려진 고양이 시각에서 본 시들 중, '지붕 위에서 보낸 한 철' 이라는 시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길고양이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무언가에 쫓기게 되어 있단다.
그것이 못된 사람이든, 사나운 개든, 야속한 시간이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들에 쫓기게 되어 있지,
그게 묘생이란다.
인간의 삶도 나이가 들수록 여유를 찾기는 커녕 더욱 많은 것들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 갑니다.
어린왕자의 점등인처럼 수시로 가로등을 켰다 꺼야 하는 이유도 모른채 바쁘기만 한 것처럼 말이죠.
애묘인에게는 이미 필독서일 것이므로 고양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가진 일반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무지로 인한 편견이 사랑을 방해하는 삐딱한 걸림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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