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일상에서

푸들 누리를 추모하다


  10월 14일 새벽, 푸들 누리양이 별이 되었습니다.


생후 2개월에 가족이 되어 15살이 될 때까지 함께 한 반려견이었는데요,

단말마의 한숨조차 없이 잠자듯 떠났습니다.


가족보다 훨씬 빠르게 늙어가 죽음도 앞서리라는 사실은 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알고 있음이 슬픔에 위로가 되지는 않네요.


나이가 들면서 몸 여기저기 안 좋아지는 것을 볼 때면 참 안타까웠는데요,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토를 하고 하혈을 하더니 생명줄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사람의 시간으로 불과 하루정도 앓다가 무지개다리를 홀연히 건넌 거죠.


하루도 안 아프고 떠나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펫로스’ 빈자리의 아픔을 처음 겪은 것은 아니지만 사별의 아픔은 새록새록 다가옵니다.





  일반적으로 푸들은 수많은 소형견종 중에서 가장 영리한 견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개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푸들이 영리하다는 사실은 주위의 비애견인들도 잘 알더군요.


개인적으로 푸들이라는 견종을 좋아해서 누리를 첫 반려가족으로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누리양과 함께 한 15년은 푸들이 왜 영리한 견종인지를 더욱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누리는 도그쇼 챔피언 출신의 엄마가 낳은 네 형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강아지였기에,

외모와 성품에서 다른 형제들을 뒤로하고 첫눈에 담겨 진 건 당연한 일이었죠.





  처음 집에 온 날부터 바로 패드에서 배변하여 가족을 기쁘게 했던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성장한 후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가족 및 동물친구들과 무난하게 지낸 반려가족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누리가 혹여 스트레스라도 받을까 우려하여 계속 하지는 않았지만,

서점에서 새로 나온 애견관련책을 볼 때면 실전에 최우선 선택된 아이가 늘 누리였습니다.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던 교육까지 잘 해내는 누리를 보면서 기뻤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그렇듯 가족이 영원히 떠나면 잘하지 못했던 일들만 불쑥 불쑥 고개를 들게 됩니다.

영리하기에 그만큼 더 예민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한 부분을 누리가 드러내지 않아서 배려를 못했던 것은 아닌지 마음이 자꾸 내려갑니다.





생명은 탄생 그 순간부터 빛과 그림자가 함께 한다는 생사의 진리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생명이 따라야 할 업이기에 기꺼이 따르려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내려감은 어쩌지 못합니다.


  누리야, 이 눈물이 우리 아기 가는 길에 먼지라도 가라앉혀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족의 인연으로 찾아 줘서 정말 고맙다, 언젠가 만난다면 그곳에서는 더욱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