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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일상에서

보건소의 재발견

  가까운 곳에 보건소가 있어도 20년이상 다니던 병원으로 모친을 모시고 다녔습니다.

그전에 몇군데 병원을 옮겨다니면서 원장이 가장 자상하고 환자에게 배려가 있어 보여 다니게 된 곳이었고,
단지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것이므로 오랫동안 다녔던 병원이 익숙하고 신뢰가 갔거든요.
때문에 보건소는 매년 독감접종기간에만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령으로 기력이 쇠약해진 모친을 먼 병원으로 모시기 보다는 보건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건소 의사분의 첫 인상은 단골병원보다 약간 무뚝뚝했지만 계속 다니면서 안면을 익혔습니다.

문제는 예전부터 모친이 고혈압 약을 매일 몇 알씩 복용해도 항상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건소 의사분과 상담해 본 결과 그동안의 약 처방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기본적인 혈압약에 부가하여 3알을 함께 복용해 왔는데 알고보니 혈압조절과는 무관한 약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병원의사가 그 오랜 세월동안 왜 그러한 약을 처방해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문의하자,
보건소 의사분도 동감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매우 불쾌하고 황당한 마음을 금할 수 없더군요.
마음 한편으로 분노와 더불어 일반의사들을 무조건 믿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활화산처럼 솟구쳤습니다.

  보건소처방으로 바꾼 후부터 모친의 어지럼증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의사는 많지만 인술을 펴는 참다운 명의는 정말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영리에 구애받지 않는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며 '보건소를 재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픈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중죄라고 봅니다.
모친이 어지럽다는 증상을 호소할 때마다 그 의사는 약 갯수만 늘려 왔음을 20년후인 지금에야 알게 된 거죠.
그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몸에 않좋은 부작용을 주는 약들을 처방해 온 것입니다.
처방해 온 약들이 의료수가가 비싼 약이었다고 하니 아마 적지않은 리베이트가 오가지 않았나 싶더군요.



  환자의 돈으로 월급받거나 돈 벌어 빌딩을 올리면서도 환자의 아픔에 거드름떠는 의사들은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참다운 명의! 한국의 슈바이처인 장기려 박사님이 더욱 그리워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