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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더불어삶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들에게 고함

  제 푸들 강아지의 단미수술을 받기 위해 모처의 동물병원에 갔던 어느 날!
보조간호사가 오지 않아 한참동안 기다리며 사시나무처럼 달달 떠는 아이를 위로하고 있었죠.

그 때 한 남자가 병원에 들어오더니 원장과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은 후 병원 안쪽으로 들어가더군요.
다시 나온 그 남자의 손에는 텔레비전크기의 하얀 박스가 들려 있었고 연이어 세 개를 차로 날랐습니다.
하얀색의 박스를 본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어 원장에게 물어보니 유기견들의 주검이라는 것입니다.

그 동물병원은 해당 관청과 유기동물보호소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포획된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보호소입니다.
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들이 주민들의 신고로 포획되면 이 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온 날로 부터 10일 안에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새입양자가 없으면 주검이 되어 하얀 상자속을 채우게 되는 거죠.
이처럼 가슴저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어떤 남자분이 병원 안으로 들어 오더군요.

병원유리창에 부착된 '강아지 무료분양' 을 보고 왔다고 해서 보호중인 강아지들이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보호소라고 해야 큰 실내에 2-30마리의 개들을 함께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쾌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유기동물공고중인 동물들



병원전체에서 심하게 풍기는 악취를 참느라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 방안에 들어갔던 남자분이 하시는 말씀!

"예쁜 개가 없네요.  마당에서 키우려 했는데.. 그냥 가야 겠어요"


혹시나 살 수 있는 희망을 가지며 꼬리치던 강아지들은 모처럼의 기회를 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유기견은 갈수록 늘어가고 이처럼 안락사당하는 유기견의 비율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보호소의 한 구석에서 쭈구리고 앉아 있지만 한 때, 그 강아지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죽음의 신이 손짓하는 불안한 시간속에 있지만 한 때, 그 강아지들에게도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강아지들중의 일부는 이미 주검이 되어 하얀 상자속에 켜켜이 쌓인 채 화장장으로 떠났고,
아직 남아 있는 강아지들은 집행날자를 받아 놓은 무고한 사형수가 되어 떠날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유기동물공고중인 동물들


 
  가족처럼 키우던 강아지를 길거리에 버리는, 잔인하게 유기하는 사람들에게 고합니다.
 
도대체 왜 사랑하던 강아지들을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으로 만들어야 했습니까!
수천 수만년의 세월이 흐른다 해도 일단 저지른 악행은 그 무엇으로도 지워지거나 흐려지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을 죽음이 기다리는 잔인한 거리로 내몰아야 할 정도로 사는 일이 힘들었다 해도 죄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어느 상황에서도 책임을 져야 진실로 사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아 재입양된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한번 버려졌다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이 존재합니다.

세찬 바람앞에 흔들리는 등불이 되어 버린 수 많은 생명들의 현실이 마음에 아프게 젖어 듭니다.
이제 그 강아지들은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강아지들이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참기 어려운 울분을 솟구치게 합니다.

 
 다시 한번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들에게 고합니다.

그 강아지들의 가족이었던 사람들은 개는 버리고 자신만 살겠다며 삶의 길로,
한때 애견이었던 강아지들은 처연하고 정처없는 죽음의 길로, 하지만 무엇이 옳은 지 神 만은 아신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