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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더불어삶

폐지수집 할머니의 하루

  우리 아파트 한쪽 모퉁이에는 언제나 폐지가 쌓여 있습니다.

어느 정도 쌓이면 고물차가 와서 싣고 가지만 바로 그 날부터 다시 차곡차곡 폐지가 쌓이거든요.

그 폐지를 열심히 모으시는 분은 같은 아파트 3층에 사시는 70세 넘으신 할머니 십니다.
같은 동에 폐지를 두고 경쟁하는 할머니 두 분이 사시지만 큰 불협화음없이 수 년째 공존하는 중이죠.

할머니는 폐지를 비롯한 모든 재활용품을 수집하시는데 예전보다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이웃 빌라나 주택에 사시는 몇몇 분들이 야간에 아파트 곳곳을 돌아 다니며 가져 가시고,
길거리나 상점가에 나오는 폐지나 재활용품등은 가져 가는 분들이 많이 늘어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에도 수 차례씩 동네거리를 다니는 노고에 비해 대가가 너무 빈약한 거죠.




그 할머니와 이웃해 살게 된 이후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폐지를 수집하는 분들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당신 몸조차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연로한 분들이 리어카나 캐리카를 끌고 온 거리를 헤매십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그 분들의 연령대가 전보다 많이 젊어 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중장년분들이 노인분들이 전담하더 분야에 많이 진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령층 일자리가 감소한 것인지, 정체된 것인지 원인분석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새벽 다섯시가 되면 할머니는 어김없이 집을 나섭니다.
함께 사는 요크셔 테리어 강아지가 짖기 때문에 깊은 잠속을 헤매지 않는 한 출근시간을 알게 되더군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스를 모아 주시는 상가분들 덕에 아파트 모퉁이에는 폐지가 조금씩 높아 갑니다.
올라가는 폐지 높이처럼 올해는 경제 성장율과 서민들의 사기가 팍팍 올라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계층이 바로 서민들이기 때문이죠.
열심히 사는 서민들이 큰 걱정없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 아니겠습니까!

이 분들은 지난 한 평생동안 결코 게으르지 않으셨을텐데 노후까지 이러한 일을 하셔야만 살 수 있는 것일까,
그 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