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는 길고양이들의 외침소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봄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계절이기 때문이죠.
동물, 특히 고양이라면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길고양이는 천덕꾸러기지만,
더불어 사는 생명으로 보는 분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길 위의 생명입니다.
며칠전 약간 넓은 골목길에서 고양이들의 영역다툼 현장과 마주쳤습니다.
평소 다투는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는데요,
당사자들이 길 한복판에서 털을 세우고 기싸움중이더군요.
체구도 비슷한 두 고양이가 서로 노려보면서 꼼짝도 안하고 으르렁대는 삶의 현장이었죠.
길 양쪽에 빌라가 있는 주택가라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상대방만 주시하는 두 아이들을 보노라니 감히 자리를 뜨기 어려웠습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면이라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가 그 아이들 중간으로 다가오자 다툼을 멈추고 사라지더군요.
초대하지 않은 관람객만 경기 끝난 운동장에 홀로 남아 있게 된 거죠.
이번 다툼의 원인을 두 아이중 어떤 고양이가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승부가 나지 않았으니 각자 몸을 풀면서 2차전을 준비하겠지요.
길위의 생명 길고양이는 특정한 영역을 몇 마리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어미가 새끼들을 어느 정도 키우면 새끼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갈 정도로 부모 자식간에도 평생 같은 영역을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영역동물입니다.
인간의 좋고 싫어함과 상관없이 길고양이는 오랜 세월동안 인간과 공존해 왔습니다.
때문에 2013년 3월에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도 길고양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공존하는 생명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란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하여 포획 장소에 방사하는 등의 조치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를 의미합니다.
이 대목에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도록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rn)'를 시행하여 다른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고양이의 유입을 막고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이거든요.
물론 사람의 필요에 따라 적정한 개체수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나마 동물보호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성화수술을 실시하면 3km가 넘는 수컷 고양이의 생활 반경이 500m 이내로 줄어들며
번식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영역다툼으로 인한 소음감소로 공존에 유용한 방법이거든요.
아울러 고양이들 입장에서도 지나친 번식은 먹이와 영역다툼을 가중시키게 되므로
적정한 중성화수술은 민원해소는 물론 길고양이들의 삶의 질도 개선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 다툰 두 길고양이들이 언제 어디서 후반전을 치를지, 아니 치렀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생명이든 스트레스없는 삶은 없겠지만 이 공간이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그네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 마음이 내려앉습니다.
참고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 중에 길에서 잘사는(?) 길고양이들을 보고 버려도 잘 살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군요.
처음부터 인간이 돌봐준 고양이들이 길에 버려질 경우 90%이상이 죽는다고 합니다.
‘처음사랑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때 입양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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