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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애견상식

도사견은 억울하다

 

  올 6월 도사견이 모녀를 문 사고가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지요.


이렇게 사람을 물었다는 사고가 나면 가해견은 거의 도사견이나 핏불이더군요.

 

도사견이나 핏불, 즉 핏불테리어는 원래 투견용으로 만들어진 견종입니다.


사람의 전투욕을 대행할 도구로 개량된 대표적인 견종으로 인간이 가진 나쁜 심성의 표본이라 할까요.

 

  얼마전 여주의 한적한 도로변을 지나다 개농장을 보았습니다.
도사견 잡종들이 좁은 뜬장에 가득 갇혀 서지도 못한 채 엎드려 있더군요.

 

제가 본 그 개들은 지금쯤은 아마 이 세상에 한 점 흔적조차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도사견과 그 잡종은 극히 일부 애호가나 투견가들이 키우는 경우외에는 거의 식용이거든요.

 

 

  원래 일본의 도사지방에서 살던 재래종을 서양의 대형견과 교배시켜 대형화시킨 견종 도사견!

 

 

 

 

 


  체중이 최하 30kg에서 큰 개는 100kg이 넘는 개체도 있으니 당연히 힘도 엄청 세지요.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복종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 성장할 경우 제어하기가 힘듭니다.


새벽이슬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처럼,
개도 기르는 사람이 엄격한 사랑으로 기르면 애견이 되지만, 잘못 기르면 맹견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처럼 체구만 크게 불려놓은 견종을 개의 자연적인 습성에 따라 기르지 못하고,
식용목적으로 뜬장처럼 좁고 비위생적인 장소에 온종일 가둬두거나 철장에만 가둬서 키운다면,
철장이 열리는 날에는, 그동안 쌓인 엄청난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사람을 무는 사고가 발생하는 거죠.

 

 

 

 

 

 

 

  2011년 2월에 한 인터넷신문에서는 아예 이렇게 보도했더군요.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 포항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 안에서 도사견인 롯트와일러 한 마리가
나타나 학교 내에서 놀던 9살 A군 등 2명을 물었습니다.'

 

이래저래 도사견은 정말 억울합니다.


투견에서 식용으로 전락한 것만도 참을 수 없이 불행한 일인데 무는 사고만 나면 첫 줄이기 때문이죠.

 

도사견인 롯트와일러 한 마리라니요?
도사견과 롯트와일러는 엄연히 다른 견종인데 사람 물리는 사고가 나면 도사견이 연상되나 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상식없음도 기가막힌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에는 도사견이 연상된다는 사실이겠죠.

 

 

 

 

  원래 개의 눈은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들의 눈을 보면 얼마나 순한지 모릅니다.
타고난 순수함을 사람들이 독하게, 잔인하게 만든 것인데 죄는 개 혼자 뒤집어 쓰곤 하지요.

 

이처럼 도사견이 처한 상황은 사람들로부터 전혀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을 무는 사고만 발생하면 원인여하에 상관없이 도사견은 처벌의 대상이 될 뿐이거든요.

 

사람을 좋아하는 개로 태어나 한 평생 좁은 철장에서 사랑은 커녕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살다가,
모처럼 철장문이 열리거나 목줄이 풀리면 밖에 나왔다가 사고견으로 전락하거나,
탈출한번 못하면 구겨진 채 1년여를 살다가 그대로 도살장에 이르는 죽음의 길을 갈 뿐입니다.

 

 

 

 

 

 

  개를 키우는 반려인들은 잘 아시는 일인데요,

개는 잠에서 깨어나거나 잠시 한잠을 자고 일어날 때면 반드시 온 몸으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그렇게 건강관리겸 스트레스를 푸는데, 뜬장의 도사견은 그럴만한 공간이 전혀 없는 거죠.

 

사진으로는 많이 보았지만 여주에서 직접 뜬장에 갇힌 도사견 잡종을 보니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원래 활동적인 동물인 개를 식용이라는 인간의 탐욕을 위해 그렇게 잔인하게 대해도 되는지 묻고 싶네요.

 

 

 

 

 

  LTE급 속도로 스마트하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왜 개식용문제는 여전히 전근대의 늪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일례로 남북전쟁의 원인이 자신들의 노예제 등 기득권을 지키려는 남부인의 탐욕에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개식용을 금지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동물보호법에 개도살과 개유통, 개식용을 '동물학대'로 단죄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만에선 2001년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돼 개고기를 유통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네요.

 

 

 

 

  뜻있는 사람들의 현대적 사고가 용기있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역사는 진보해 왔습니다.
현대와 전근대가 다투고 있는 개식용문제,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도사견과 잡종은 물론, 애견도 가족과 떨어지면 식용이라는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 있는 현실을 말이죠.

전근대적인 동물학대 개식용, 현대에 살면서 굳이 매고 가야 할 보물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