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인/역사사색

넬슨 만델라, 세속의 성자 서거

 

  남아공 민주화의 상징 만델라 전 대통령이 95년의 그 치열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95세면 인간의 천수를 다한 셈이지만,
그 분이 걸어오신 생애를 뒤돌아보면 추모의 마음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1918년 남아공의 작은 마을에서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로 성장한 만델라는,
백인정권의 인종차별 정책 반대운동에 뛰어들면서 투사의 길로 나아갑니다.

 

아프리카 민족회의의 지도자가 되어 반아파르트헤이트운동 투쟁을 지도하면서
반역죄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1964년 4월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법원에서 내란 혐의로 재판받던 수인번호
‘46664’번의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일생 동안 아프리카인의 투쟁에 헌신해왔다. 모든 사람이 조화롭고 평등한 기회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이상을 간직해왔다. 필요하다면 그 소망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

 

 

 

 

  이처럼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만델라였기에,
오랜 옥중생활동안 절망대신 희망을, 증오대신 사랑과 희망을 향한 위대한 힘을 키울 수 있었겠죠.

 

평생에 걸친 그의 투쟁역사를 알게 된 세계의 양심세력으로부터,
1979년엔 옥중에서 자와할랄 네루 상을, 1981년과 1983년엔 각각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과
유네스코의 시몬 볼리바르 국제상을 받으며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인정받게 됩니다.

 

넬슨 만델라, 삶의 여정

 

복역 26년 만인 1990년 2월 11일에 비로소 감방문을 나서게 된 그는 이렇게 말했지요.
“비록 일흔한 살이지만 내 인생이 이제 막 새롭게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71살이면 거의 모두가 흔퇴를 실현하는 나이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느꼈다니,
평소 사색의 폭이 넓고 인생의 가치를 깊이 아시는 분이라 꼭 닮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네요.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평등 선거 실시로 선출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만델라!

 

1994년 5월10일, 340년간 백인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요하네스버그 유니언빌딩 정부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취임식장에 선 그는 수백년간 이어진 백인 통치의 종지부를 보여준 산 증인이 됩니다.


이렇게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는 인간에게는 반드시 답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죠.

 

 

넬슨 만델라, 그의 어록

 

대통령이 된 뒤엔 평생 그의 목표였던 흑인과 백인이 하나로 뭉쳐 평화롭게 공존하는
 ‘무지개 나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종신형을 구형한 검사를 초청해 대접하는 등 용서와 화합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만델라는 측근들로부터 ‘종신 대통령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빠지기 쉬운 독재의 유혹을 이겨내고 평생의 길이었던 자유평화주의를 선택한 거죠.

 

 

 

 

  임기를 마친 뒤에는 에이즈 퇴치에 헌신하면서,
투사로서, 자유인으로서, 세속의 성자로서 인류의 품격과 양심을 한 단계 진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나라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만델라 전 대통령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는 오랜 투옥생활과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기도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만델라의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 한국어판을 번역한 인연도 있거든요.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었고 대통령 퇴임 뒤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죠.

이러한 두 사람의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으로 투병 중일 당시
만델라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유엔은 2009년 만델라의 생일인 7월 18일을 ‘넬슨 만델라의 날’로 제정하여,
이날 하루 적어도 67분간은 남을 위해 봉사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네요.
67이란 숫자는 만델라가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대통령을 거쳐 공적 사회활동에서 은퇴하기까지
67년 동안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점을 기념하자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세계가 만델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지금,
우리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더군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 그는 인류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평등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불어넣었고 권위주의에 맞서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임기동안 자유를 억압하고 명박산성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막았던 권위주의의 장본인이,
자유와 평등을 말하며 권위주에 맞서는 이들에게 희망이니 어쩌니 말하고 있으니,
이거 참 웃어야 할지 소리쳐야 할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능력은 여전하네요.